로맨스야설

연상의 그녀는... - 2부 1장

본문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 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 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위를 뒤덮고 있는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 하고 찌을거 같은데


벽 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 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 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


.


.


.


집에도 연락하지 않고 이사를 했다.


서울 부근의 한 도시, 88올림픽 개최가 결정되고 올림픽 개최지의 미관을 위해 서울 시내의 판자촌을 정리해서 이주시키려고 만든 계획도시. 그런데 공사업자가 돈을 아주 잔뜩 삥땅을 쳐서 무슨 놈의 계획 도시가 30도가 넘는 경사로가 곧곧에 널려 있어서 겨울철 눈이라도 오면 거의 무슨 눈썰매장이 되어서 차들이 브레이크 밟고도 스키를 타는 뭐 그런 산악도시로 이사를 했다. 특별히 여기로 옮겨야지 생각하고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 그냥 선배 집앞에 갔던 날 술을 잔뜩 먹고 술김에 아무 버스나 탔는데 자고 일어나니 버스의 종점이 바로 이 동네였다.




이사라고 하기도 뭐하다. 그냥 몸만 옮겼다. 자취방 계약금이니 뭐니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옮겨서 수중에 돈이라고는 쥐뿔만큼 이었다. 그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는 그런 방에 부엌겸 화장실이 딸린 작은 반지하 뿐이었다. 너무 작은 방이라 그전 자취방에 짐들을 다 옮길 수 없었다. 아니 그런 행위 자체가 귀찮았다. 다 버렸다. 진짜 가방하나와 보따리 하나 들고 그곳으로 "이사"를 했다.




새 보금자리는 낮에는 반지하 특유의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방안에 가득찼고 밤에는 나무틀 창문 틈 사이로 귀신이 부르는 듯한 휘파람 소리가 방안에 가득 매웠다. 말 그대로 죽은듯이 지냈다. 아니 그냥 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가는 일은 오직 소주를 사러 갈 때 뿐이었다. 




처음 일주일은 매일 술을 마셨다. 하루 종일 술을 입에 대고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호사였다. 수중에 돈이 없었다. 소주 살 돈 조차 떨어져갔다. 


그 생활 2주차 돈이 0이 되어버렸다. 그냥 쫄쫄 굶었다. 3일 정도 굶었을 때 너무나 배가 고파서 방을 뒤지니 그 전 자취방에서 챙겨온 짐에서 라면이 나왔다. 허겁지겁 끓여 먹었는데 3일 만에 들어온 음식에 놀란 위장은 라면을 받아 들이지 못했다. 먹고 십분 좀 지났을까 싶은데 죄다 토했다. 




토하고 나서...하루 동안 그렇게 누워 있었다.


그냥 그렇게 죽나 싶었다. 아니 죽을까 싶었다. 아니 죽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표현 있지 않은가. 기억나지도 않는 5살 때부터 이곳에 누워 있기까지의 시간이 주욱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초딩때 내짝궁을 좋아하던 놈이랑 싸우다가 코피 흘리고 울었던 기억, 중딩때 몰래 야한책을 훔치다 걸려서 엄청 맞은 기억부터 고3때 밤하늘 별이 나다~ 하고 생각하며 죽을동 살동 공부하고 코피 흘린 기억, 합격 통지받고 좋아하던 가족들, 자대 처음 배치 받던 날, 첫 사격, 첫 유격 훈련 등등 별 생각이 다 흘러 지나가면서....




밑도 끝도 없는 결론이 나왔다. 


죽기 싫었다. 죽기 싫었다. 아니 억울했다. 내가 왜? 내가 왜!


그리고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근거 없는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설명은 불가능하다. 근거 없다고 이미 말했지 않은가..




알 수 없는 힘도 생겼다. 4일을 굶고도 멀쩡하게 걸어 나가서 2주일 밖에 안된 단골 슈퍼에 가서 외상으로 음식을 사왔다. 그 슈퍼 아주머니가 왜 겨우 2주일 본 나에게 그렇게 선선히 외상을 해주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알 수 없는 힘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일자리를 구했다. 자취방 근처 공단에 위치한 유모차와 인형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걸어서 5분 거리. 슈퍼 아주머니의 소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일은 정말 간단하였다. 이틀 만에 숙련된 분만큼은 아니어도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는 얼추 따라잡을 수 있었다.


딱 나를 위한 일이었다.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유모차 바퀴와 몸체를 볼트로 결합하는데 집중하였다.


혹시라도 죄책감이니 뭐니 하는 나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들이 나타나면 십자가에 못을 박듯이 유모차 몸체에 매달아 볼트로 꽤뚫어 박아버린 후에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흘려보내 버렸다. 전동 드라이버는 단추를 누르는 것만으로 죄책감 같은 녀석들을 손쉽게 짖이겨 버리는 좋은 도구였다. 




그 당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과연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가? 내가 사랑 받을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아니 나는 사랑 받을 자격이 넘쳤다. 설명은 불가능하다. 저 위에 근거는 없다고 이미 말했다. 아무튼 나는 사랑 받을 자격이 넘쳤지만 사랑 받을 수 있는가와는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은 사랑 받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야 했다. 




학교 다닐 때와 다르게 나는 단 한번도 까불거나 깐죽거리지도 툴툴거리거나 까칠하게 굴지 않았다. 최대한 웃는 낯으로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친절하고 최대한 예의바르게 행동하였다.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그 답변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공장 아주머니들과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예의 바르고 웃는 낯이 생글생글하니 밝은 성격인듯한데다 스스로 등록금을 벌기위해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하는 대학생 "진수"는 꽤나 인기를 얻었다. 혼자 자취한다고 김치니 멸치볶음이니 하는 밑반찬을 싸와서 가져가라고 주는 분도 계셨다. 물론 동네 사람들 특히 주인집 아주머니와 슈퍼 아주머니와도 친해졌다. 주인집 고1 고3 남매와 슈퍼 아줌마 중3짜리 딸 과외를 맡게 되었다. 녀석들과도 친해졌다. 




물론 이것은 가면 같은 것이었다. 진짜 내가 아닌 내 [이미지]였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진짜 내가 아닌 내[이미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을 받기 위해선 그래야 한다. 이것을 가르쳐 준 것은 얍실이었다. 그는 분명 여자친구를 놔두고 지 동기학번의 다른 여학우와 바람을 피고, 단란주점에 가서 나가요 아가씨와 2차로 밤을 지세고 오는 나쁜 놈이지만 진영 선배의 사랑을 얻었다. 상식적으로 아니 내가 배운 그 동안의 교육으로 볼 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도 무슨 지적 능력이 떨어벼서 머리에 꽃꽃고 돌아다니는 분도 아니고 그 똑똑한 진영 선배가 그런 남자친구와 사랑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해답은 금방 나왔다. 그것은 얍실의 평소 [이미지]덕분이었다. 분명 진영선배는 [이미지] 똑똑하고 올바른 이미지에 속아서 저 더러운 바람둥이 얍실이 그런 행위를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이해해 버렸음이 분명했다. 아니면 설득당했거나..더러운 얍실. 분명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닌 가면임이 분명하다. 나는 알 수 있다. 얍실은 분명 똑똑하고 올바른 놈이 아닌 비열하고 얍실한 놈이다. 진영 선배는 그의 이미지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속고 있을 것이다.


맞다. 




사랑받기 위해서는 진짜 모습이 아닌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가면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진짜 모습이 아닌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일 뿐이다. 군대 선임이 원하는 핑클은 예쁘게 춤추고 노래하는 핑클이지 똥싸는 핑클은 아니었다. 요새로 치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예쁘고 아름다운 소녀시대이지 똥싸고 오바이트하는 소녀시대는 아닌 것이다. 




나는 곰팡이 냄새 가득한 작고 밀폐된 반지하 골방에서 누에고치마냥 이불을 꽁꽁 동여매고 웅크려서 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죄책감과 나약함같은 내 진짜 모습, 울보 찌질이 강간범은 이불 속에 고치로 만들어서 가두어 버렸다. 혹시라도 기어 나오는 것들은 전동드라이버로 유모차에 매달아 컨베이어 벨트로 흘려보내 버렸다. 


봄철이 가장 성수기라고 한다. 겨울이었지만 일이 넘쳐났다. 봄철 비축분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때마침 성사된 중국 수출이 겹쳐서 회사 관계자들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고, 현장 근로자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매일 야근이었다. 지독할 정도의 지겨운 반복 작업과 낮은 수당은 이 일을 그닥 매력있게 보이게 하지 않았나 보다. 인원은 계속 들락날락 삐쭉배쭉 엉망진창이었다. 작업 반장 아저씨는 나를 친하게 대했다. 2달 연속 하루도 안빼고 야근을 하겠다는 사람은 나와 외국인 근로자 5명 뿐이었다. 




미친듯이 지루한 반복작업, 너무나 획일화된 작업이어서 계속 같은 근육만 쓰기에 피로도가 2배가 되는 작업을 밤 10시 때로는 12시까지 하다보면 잡생각에 밤을 지샐일 없이 바로 고꾸라져서 잠을 잘 수 있었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시면 속이 뒤집히면서 내안의 거지같은 것들이 기어 나올것 같았다. 술이 생각날 때마다 커피를 숭늉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속이 쓰디 쓴것은 둘다 비슷하였다.




그렇게 2달이 지나자 나약한 울보 찌질이 강간범 "찐"은 집안의 이불 속으로 누에고치마냥 들어가 버렸고


똑똑하고 예의바르고 밝고 깨끗해 보이지만 대못으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는 "진수"가 집 밖을 나섰다.








그렇게 나는 변했다.








시간은 정말 전동 드라이버 회전수 만큼 빨리 흘러가서 어느새 봄이 오려는 건지 황량한 나뭇가지에 파란 싹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입사귀가 파릇파릇한 3월이 되었다.


그날도 여전히 미친듯이 전동 드라이버로 유모차 다리를 헤집어대고 있는데 작업 반장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진수야 얌마 너 바람 좀 쐬고 와라"




한참 신나게 잡생각들을 유모차 다리에 멋들어지게 매달고 바퀴로 데코레이션 하느라 바쁜데 왠 바람? 그리고 바람을 쐬고 오라니 어딜 가란 말인가? 조퇴라도 하란 말인가?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이구 진짜로 눈이 쾡하네.. 아줌마들이 내가 너 부려 먹는다고 난리다 아주. 거참 내가 뭘 부려먹는다고 안그러냐?"




아니 그 대답이 아니자나요




"무슨 바람을..."


"아~ 드라이브좀 하고 와라. 내가 오늘 니 콧구녕에 바람을 아주 잔뜩 집어 넣어주마"




아니....그 대답은 질문 갯수를 더 늘리자나요..


결국 한참의 대화 이후에 나온 답은 이랬다. 유모차와 인형 다수를 복지관에 전달하는 행사를 하려는데 사장님도 가시는 꽤나 큰 자리였다. 당연히 회사 직급좀 있는 분들이 다수 가는 자리인데 그 분들이 짐을 나를 수야 없으니 시다..아 이 표현은 일본식 표현이니 다른 것으로 대체하자면 보조 일꾼이 한명 필요했나보다. 거기에 내가 당첨된 것이다. 




뭐 별 생각없이 따라갔었다. 사장님차는 먼저 출발하였다. 봉고에 꽤나 많은 량의 유모차와 인형을 실어서 뒤따라 갔다. 조수석에 앉아서 잠깐 졸았는데 눈을 뜨니 꽤나 익숙한 동네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도착한 곳은 내가 저번 학기 봉사활동 하던 복지관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강선희-3살 연상의 그녀




나는 작년 동아리 진영선배에게 고백할 준비를 하던 종강파티날 얍실과 다시 사귀기로 한 선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다음날 복지관 쫑파티에서 술에 잔뜩 취해서 진영선배에게 할 고백을 강선희-그녀에게 하고 말았었고 나와 그녀는 섹스를 했었다. 그녀와 나는 그날 이후 헤어진 이후로 처음 다시 만난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열심히 그리고 쌀쌀맞게 일을 하고 있었다.




몇번이고 유모차와 인형을 나르면서 그녀에게 인사하였지만 그녀는 나를 못본채 아니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있으려니 무언가 화가 났다. 나는 이미지를 바꾼 이후 주변의 사랑을 받아 오고 있었다. 내 변화, 내 이미지 변화의 실험 결과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 이성의 대상으로 생각되는 여성에게서의 사랑은 딱히 시험해볼 기회가 없었었다. 그녀의 반응에 내 변화가 그 겨울내내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전동드라이버에 짖이겨진 진짜의 나, 죄책감 연약한 울보들의 고통이 죄다 쓸모 없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럴수는 없었다. 나는 사랑을 받아야 했다. 반드시...


사진을 찍는등 요란스러운 행사를 하는 틈을 타서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




눈빛


눈꼬리가 쳐져있어서 더욱더 차갑게 느껴지는 그 눈빛. 정말 부정과 경계의 뜻이 아주 명확히 담긴 살벌한 눈빛.


달도 없는 어두컴컴한 밤 차가운 회색빛 숲속에 쉴 곳을 찾아 해매다 자신을 해코지할 사냥꾼을 본 짐승의 눈빛.


날이 바짝선 손톱과 이빨을 드러내며 사냥꾼과 대치하여 경계를 하는듯 세상 모든 남자를 경멸하듯 보는 그 눈빛


참 싫었다. 진심으로 싫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100년 넘게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보다도 훨씬 더 갈증을 느끼는 상태였다. 사랑에 대한 갈증. 


받아야 했다. 그녀의 사랑을 받아야했다. 그래서 바뀐 내 이미지가 사랑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내가 진영선배 앞에 다시 설 수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그날 꽤 긴 시간 동안 계속 그녀에게 사랑을 받기 위한 행동, 내가 만든 멋진 내 이미지를 보여주기를 반복 하였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하였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나는 내 행동에, 내가 만든 내 이미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내 이미지가 동네와 공장의 아줌마 아저씨들에게는 적합하지만 여성, 이성의 대상으로 생각되는 여성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른채로 도대체 그녀에게 무엇을 달라고 하지도 모른채로 무엇인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내 시야는 넓지 않았고 좁았다. 아니 지극히 협소하였다. 한치 앞을 못보고 당장의 갈증, 사랑에 대한 갈증 해소에 급급하였다.




그날 결국 그녀의 냉담한 시선말고는 아무 것도 받지 못한채로 돌아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장에 복귀해서 저녁을 먹고 작업반장 아저씨와 담배를 피고 "진수 오늘 코에 바람좀 많이 집어 넣었냐"등의 이야기를 웃으며 하고 라인의 아주머니들의 "진수 청년 요새 애들 같지가 않아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야근을 하고 10시에 일을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와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덜컥 겁이 났다. 






자취방 안에 감추어두었던, 이불 속에 꽁꽁 싸매어 두었던 내 진짜 모습들이 나를 덥칠 것만 같았다. 내 연약하고 찌질하고 울보에 강간범인 모습들이 이불 속에서 스물스물 기어 나올 것만 같았다.


"니가 얍실을 따라해보겠다고 별 쇼를 다하면서 우리를 버리고 감추려고 하지만 너는 어쩔수 없어. 너는 그냥 연약하고 찌질한 울보 강간범이야"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서성였다. 정말로 들어가기 싫었다. 담배를 연달아 피기 시작하였다. 한 세개피쯤 피웠을까? 대문이 삐걱대는 소리를 울리며 열렸다. 주인집 딸인 민희가 독서실 갔다가 들어오고 있었다.




"진수 오빠 여기서 뭐하세요?"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며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희의 얼굴을 보자 눈물이 핑 돌뻔했다. 아니 누구를 봤더라도 너무 반가워서 울 것만 같았다.




"민희야...."




"진수 오빠? ...무슨 일 있으세요?"




있었지..있었고 말고.. 3개월 전부터 이어지는 기나긴 일들이 있었고 말고...내가 가짜 겉모습으로 살게 만들어 버린 일들이 있었고 말고...그리고 오늘 그 가짜 겉모습으로도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쌓이게 만든 일이 있었고 말고..




사랑에 대한 갈증에 정말 한치 앞을 못보고 있었다. 100년 굶주린 뱀파이어가 앞뒤 안보고 닥치는대로 피를 빨듯이 나도 닥치는대로 행동하였다.




"민희야...... "




주인집 딸인 이 아이, 고3이 된 이 아이, 한참 반배정 받고 스트레스받고 있는 이 아이,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큰 고1인 남동생에게 한치도 지지 않으려고 티격태격 싸우지만 사이가 좋은 이 아이, 여느 여학생들과 별다를 것 없는 이마가 예쁘게 드러나게 뒤로 단정히 묶은 머리스타일을 한 이 아이, 회색의 몸에 붙는 여성용 트레이닝복에 코트를 걸치고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느라 살짝 피곤한 기색이 있는 순한 얼굴의 이 아이, 인수분해를 정말 싫어 하는 이 아이, 과외할 때 대학교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며 그 순진한 눈을 반짝이던 이 아이, 대학 들어가면 미팅 실컷 해야지 하고 좋아하던 이 아이, 웃을때 너무 천진난만해 보여서 그저 주인집 딸로만, 그리고 과외하던 학생으로만 보던 이 아이....민희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해"




상처 입히려 하고 있었다.




눈을 살짝 동그랗게 뜨고 내말에 놀라 당황해 하는 민희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어 갔다. 


천천히 감기는 민희의 눈을 확인하면서 내가 기억하는 가장 감미로운 키스를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눈을 또렷히 떴다. 입술의 움직임, 혀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순진한 고3 여고생의 꼬옥 감긴 속눈썹의 떨림을 또렷히 쳐다보며.......어떤 키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냉정하게 데이타를 수집하고 있었다. 


동시에 어떤 말을 하여야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천천히 입을 떼고서 민희를 껴안고서 그녀의 귓가에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몇편 보지도 않는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의 분위기를 최대한 흉내내어 말했다.




"너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너무 떨렸어. 진짜 너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최대한 참으려고 해봤지만 안되더라 너한테 말하지 않으면 도저히 가슴이 떨려서 잠도 이룰수 없을것 같았어...미안하다..사랑한다"




순진한 이 아이는 귓가에 속삭이는 입김만으로도 너무나 티가 날 정도로 몸을 바들바들움찔움찔 떨었고 가볍게 한손으로 허리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무릎을 휘청거리고는 품안에 쏙 들어와 매달려 버렸다. 




밤에는 아직 살짝 쌀쌀한 3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나는 순진한 주인집 딸인 여고생 민희가 다리가 풀릴 정도로 오래도록 진한 키스를 계속 하였고, 그녀가 눈에 확 띌 정도로 발개진 얼굴로 "저도 사랑해요 오빠"라는 말을 하고나서야 집으로 돌려 보냈다.


그날 밤 3대접의 커피를 마시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다음 날인 토요일. 


미친듯이 평소의 2배속은 될 스피드로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덕분에 일이 반으로 줄게 된 같은 조의 아줌마는 희희낙낙하며 "일 잘하는 착한 대학생 진수"를 칭찬하기 바빴다. 6시까지 하는 잔업을 마치자 더이상 컨베이어 벨트에 찌질하고 나약한 감정들을 흘려보낼 필요없이 말끔히 비웠다.




바로 자취방으로 달려가 옷을 최대한 말끔하게 갈아 입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강선희"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어제 민희에게 한 "실험"을 토대로 나는 사랑받기 위한 조금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그녀를 만날 생각이었다.




[띵동띵동띵동]


"누구세요"


"접니다 선희씨"


"응? 이모~~ 누가 이모 찾아왔어"


"#!!$!##!##"




한참의 소란 후에 나온 그녀-강선희-는 여전히 그 냉기 풀풀 날리는 눈을 자랑하며 나를 쫓아내기 바빴다.




"뭐에요. 왜 여길 찾아와요. 난 그쪽이랑 상관없으니까 빨리 돌아가요. 나는.."




"사랑합니다."




그녀의 계속 이어질 냉담한 거절의 말을 싹둑 잘라 버리고 말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동안 연락 안한 것은 사실 남자가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때 너무 많은 실수를 해서 챙피했습니다. 그래서 선희씨 앞에 나타날 수 없었습니다. 좀더 멋있어진 다음 당당하게 당신 앞에 나타나려고 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어제 당신을 다시 보게 된 순간부터 너무 떨리더라구요. 진짜 당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최대한 참으려고 해봤지만 안되더군요. 당신한테 말하지 않으면 도저히 가슴이 떨려서 잠도 이룰수 없을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미안합니다...사랑합니다...아니 선희씨 나 당신을 사랑해요"




밀어붙였다. 그녀가 사는 빌라의 주민들이 모두 빼꼼히 문을 열고 쳐다볼 정도로 크게 고백을 하고 가져온 꽃다발을 내밀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라도 일단 받을 수 밖에 없도록 압박을 주었다.


철저하게 계산적에다가 그 이전에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가식이 잔뜩 버무려진 거짓고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진짜 나는 저 지하골방 이불속에 있었으니까.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한다. 그말은 여자에게 용기있게 도전하라는 뜻이다. 너무나 식상한 저말을 모르는 남자는 없다. 그런데도 왜 아직도 저 문구가 연애 시작하려는 남자에게 주는 충고 1위 일까? 이유는 남자들이 망설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용기있는 도전이 거절당했을 때의 상처를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진심이 상처받으면 아프다. 정말 많이...죽을 만큼 아프다. 하지만 나는 상처받을 일이 없었다. 내 진심은 저기 지하골방 이불 속에 있으니까..




"알았으니까 일단 조용히 하고 따라와요"




계획대로였다. 그리고 둘만 있게되면 기습 키스를 할 생각이었다.


밀어 붙이기...거절에 대한 부담감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거절하면 다시 어택 땅 하면 된다.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바로 근처의 공원이었다.




팔짱을 낀채로 여전히 차가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간단히 팔목을 거세게 잡아 당겨서 품에 안고 키스를 시도하였다. 그녀는 민희처럼 쉽게 당하지 않았다. 도대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다.




"뭐에요! 이거 놔요"




말없이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해요"를 연발했다.


한참의 힘싸움 끝에 그녀는 남자의 완력에 졌다. 그 냉기풀풀 흐르는 기운은 많이 없어졌다.




"흥! 좋아요. 왜 연락 안했는지는 알겠어요. 사실 신고해버릴려다가 참았어요"




응? 신고? 무슨 이야기지? 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어떡하면 키스로 몰아 넣을 수 있을까만 궁리중이었다.




"이제 그쪽맘 알겠으니까 이거 그만 놔요"




어려웠다. 그저 밀어붙이기로는 힘들어보였다. 뭐 냉정해지기로 했다. 이것도 데이터 수집의 하나가 될테니까. 좋은쪽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그녀를 품안에서 놔주었다. 단..손은 놓치 않았다.




"장난으로 하는거 아닌거죠?"




여전히 냉기흐르는 말투. 따뜻하고 로맨틱한 단어들을 최대한 조합했다. 




"정말...제 마음은 진실이에요. 선희씨는 제 영원한 사랑입니다."




내입에서 떠난 말에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으려고 집중하면서 다음 반응을 기다렸다.




"...좋아요. 하지만...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안되요."




"무엇때문에요? 나이요? 전혀 상관없어요 아니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누나처럼 엄마처럼 포근한 선희씨가 좋아요."




"저는 누군가를 보살피지 못해요 저는 저를 감싸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그렇게 할께요. 때론 동생처럼 편하게 때론 오빠처럼 든든하게 제가 그렇게 할게요"




"...그래도 안돼요.."




"왜 안돼죠?!"




미칠것만 같았다. 그녀는 정말 딱딱했다. 차가웠다. 도대체 이 놈의 사랑받기란 왜 이리 힘든것일까 나는 내가 할수 있는 모든 공수표를 남발하는 단어를 주절거렸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복한 단어 사랑스러운 문장을 읆조렸다. 진심으로 마음이 졸였다. 이렇게까지 진심을 버리고 진짜 양심따위 다 버리고 가면을 쓰고 내가 만들수 있는 가장 멋진 이미지를 만들었는데도 사랑을 얻지 못하면..도대체 어떻게 내가 사랑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진심으로 다급했다.




"그래도.... 안돼요..."




"왜 안돼죠!"




그녀의 태도는 많이 누그러졌다. 아니 이젠 차가운 눈길로 노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수그리고 있었다. 대세는 나에게 오는 것만 같았다. 고지가 눈앞이라고 생각되었다.


조심스럽게 아니 조심스러워 하는척 하면서 키스를 시도하였다. 블럭(block)


여전히 힘든 상대다..




"선희씨...."




"진수씨 알겠어요...그런데.."




드디어 "그쪽"이 아닌 "진수씨"라는 호칭을 얻었다. 고지는 진짜 눈앞이라고 생각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강하게 목덜미를 잡아챈 후에 밀어붙였다.




키스




꼭 다문채로 반항하는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꽈악 끌어안아 제압한 다음에 기어코 그 입술을 벌리고야 말았다.


예전에 그녀와의 하룻밤에서 기억나는 키스. 최대한 그 농염한 키스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혀를 움직여 그녀의 혀를 찾아 가는데......




"악!!!!!!!!!!!!!!!!!!!!!!!!!!!!!!!!!!!!"




아! 이녀댜 미틴거 아냐 혀 딸닐 뻐내따. 이 따이코 내 혀들 깨무더따.


(아 이여자 미친거 아냐 혀 짤릴 뻔했다. 이 싸이코 내 혀를 깨물었다)




이 녀댜 때메


(이 여자 때문에)




뎡말..


(정말..)




미티게따...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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