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Goal! - 50부

본문

50부. 긴 하루의 끝














주의!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과 팀명, 그리고 모든 일들은 소설로서 가공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ㅋ




















-




왼쪽 종아리에 아이싱을 하고서 텅 비어있는 라커룸에 들어와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라운드 어디엔가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기에 전현아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장 전체에 지진이라도 난 것 마냥 


엄청난 함성과 함께 진동이 전해져 오자, 본인이 없는 그라운드 위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진 건지 


전현아는 눈으로 확인해볼 순 없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었다.




‘결국…’




축구화도, 유니폼 상의도 벗어버린 모습의 전현아는 그러나 


생각보다 별로 분하지도, 마음 아프지도 않았다. 




그저 모조리 진이 빠진 듯한 다리가 미세하게나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떨리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었다.




‘어차피 내가 없을 때의 결과는 아무 의미 없는 걸…’




하지만 자꾸만 마음에 걸리던 것은, 


바로 경기장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는 순간 자신을 바라봐 준 한국여대 감독이었다.






똑.






순간 자신도 모르게 땀으로 번들거리던 허벅지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뭐야, 바보같이…’




현아는 목에 두르고 있던 타월로 얼굴을 박박 문질러 댔다. 




한번도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감성적이 된 적이 없어서였을까, 


별것도 아닌 것에 눈물까지 흘리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나 창피한 기분이 들어 


지켜보는 이도 없었건만 얼른 감추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서 그렇게 샘솟는 건지, 눈에선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현아의 귀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여전히 시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이 곳에 올 리 없었다. 


때문에 현아는 잘못 들었나 싶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다시 한번 누군가가 손가락을 이용해 노크를 하고 있었다.








똑똑.








“누…구?”






현아는 도대체 누가 노크까지 해가며 라커룸을 찾아왔는지 짐작도 못했지만, 


이윽고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자 몸이 아닌 머리만이 장난스럽게 툭 튀어나오며 빙긋 웃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가, 감독님?!”




자신의 팀 감독이 아니었음에도 전현아의 입에선 대뜸 ‘감독님’이란 호칭이 튀어나왔고, 


그에 한국여대 감독은 머리를 긁적이며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괜찮아졌니? 흠흠.”




“네? 네에… 앗 차! 자, 잠시만요!”




현아는 왜 이 남자가 자신을 찾아 온 건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무척 놀라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깜짝 선물을 해 준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어와서는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왜 그런가 했는데, 


전현아는 이내 스스로를 돌아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니폼 상의를 벗은 탓에 그나마 가슴을 가려주고 있던, 땀에 젖은 탑이 늘어지며 살짝 노출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현아는 깜짝 놀라며 옆에 놓여있던 축축한 유니폼을 번개 같은 속도로 입었지만 


이미 얼굴은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오른 뒤였다.




“죄, 죄송해요…”




“아, 아냐 아냐. 갑자기 찾아온 내가 더 미안하지.”




창피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듯 복잡한 심정의 전현아를 바라보며 영후는 양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정말 아니라는 의미를 전해주었고, 소녀는 그제야 조금쯤 마음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근데… 지금 경기 중 아니에요??”




현아는 이미 유니폼 입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월로 조심스럽게 앞섬을 가린 채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마저 감춰지길 바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마… 그럴걸?”




“에? 그럼 지금 여기에 계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 그런가?”




여전히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고 있는 남자를 현아는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이 참 소중하게만 느껴지는 듯 했다.




“참, 그건 그렇고. 오늘, 우리 아이들한테 공부할 거리를 전해줘서 고마웠어.”




“공부…요?”




“그래, 물론 현아 너처럼 되려면 한참 멀었겠지만.”




“…”




생각지도 못하게 이 남자의 입에서 칭찬이 흘러나오자 현아는 가슴이 더욱 "쿵쾅"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




“초면에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니? 아 물론 지금 당장 들어달라는 건 아니고…”




“부탁…이요?”




뜬금없이 자신을 찾아와 더 황당하게도 ‘부탁’이라니, 


현아는 지금 이 남자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도 믿겨지지 않았지만, 


이윽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




삑. 삑. 삐~익!




주심이 드디어 경기 종료를 선언하는 휘슬을 불자, 지쳐버린 한양여대 아이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지듯 드러누웠지만, 한국여대 아이들은 피로도 느껴지지 않는지 


너나 할 것 없이 또다시 벤치를 향해 백 미터 달리기 시합을 하듯 경쟁하며 뛰어갔다.




“감독님! 감독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에요?”, “이제 승부차기 하는 거죠? 그쵸?”, “누가 차는 건데요?”




하지만 정작 그 어디에서도 한국여대 감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물론 두 코치들 또한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었지만, 


조용히 벤치 구석에 앉아있던 윤지는 어쩐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전현아는 분명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바로 눈 앞에서 보고, 또 들었지만 


그럼에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한국여대 감독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안… 될까?”




“그치만… 그치만 아직 경기 안 끝났잖아요.”




“그야… 그렇지.”




“그럼, 감독직을 그만 두실 지 마실 지는 아직 결정된 거 아니잖아요?!”




현아는 물론 자신의 팀을 맡고 있는 감독도 아니었건만, 눈 앞의 남자를 머지않아 


먼 타국으로 보내게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찡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남자의 장난기 섞인 말에 감출 수 없을 것 같았던 심정은 


다행스럽게도 조금은 희석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질 거 같진 않던데?”




“에에? 그걸 어떻게 아세요?! 우리 한양여대도 호락호락하진 않다구요!”




“음,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떻… 게요?”




“오늘 경기, 우리 한국여대가 이긴다면. 그러면 좀 전에 말한 내 부탁, 들어주겠니?”




“!”




도대체 이 남자가 보여주는 자신감의 근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전현아는 짐작조차 해볼 수 없었지만, 남자는 여전히 눈으로 답을 주길 원하고 있었기에 


결국 뭐에 홀린 듯,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앗! 저기! 감독님이다!!!”




지영이를 필두로 아이들은, 입장 통로를 막 벗어나 벤치 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남자에게 


우르르 몰려가 그대로 품에 안겼다.




“감독님! 우리가 해냈다고요! 아직 경기 안 끝났다고요!”, “이제 승부차기 하는 거 맞죠? 그런 거죠?”, 


“감독님! 그럼 누가 차는 거에요?”, “승부차기만 이기면 진짜 이기는 거죠?”, “근데 몇 명이 차는 거에요?”




“아이고 얘들아, 숨이나 돌리고 물어라. 그렇게 뛰고도 안 힘드니?”




감독의 걱정스런 물음에 아이들은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방금 대기심으로부터 승부차기 순번을 정해 달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오던 남희는 


지금부터가 고민이었다. 




분명 승부차기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아이들이었다. 




그러니 승부차기에 나설 아이들을 뽑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가장 중요한 ‘골키퍼’ 미자에 대해선 


또 어떤 조언을 해 줄 것인지도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때문에 감독의 품에서 떠날 줄 모르는 아이들을


겨우 떼어 놓고서야 근심스런 표정으로 남자의 직함을 불러보았다.




“저, 감독님.”




“?”




“승부차기에 참여할 5명과 이후 예비 명단을 제출하라고 합니다.”




“아, 그래야지요 물론.”




“그래서 말인데 우선은 킥력이 좋은 순서로”




“감독님, 저 할래요!”




남희는 지금 무척이나 중요한 말을, 그것도 코치가 감독에게 하고 있는데도 


갑자기 끼어드는 아라 덕에 살짝 눈꼬리가 올라갈 뻔했지만 그걸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에에? 아라 너만? 감독님 저두요!”, “아니아니 저 먼저 찰래요!”, “야야, 원래 내가 제일 먼저 차기로 했거든?”




하지만 남희의 걱정과는 반대로 아이들은 서로가 먼저 승부차기에 참여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기에 


더욱 황당했다.




‘얘들이…?!’




게다가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 보건 데 아이들이 이 정도라면 분명 


한국여대 감독이란 남자는 이런 아이들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란 걸 


어렵게 않게 짐작할 수 있었기에 괜히 조바심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또 무슨 엉뚱한 일을 저지르려고…?!’




때문에 남희는 어서 빨리 아이들부터라도 진압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감독의 입이 먼저 열렸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하나만 묻자꾸나. 왜들 승부차기가 하고 싶은 거니? 생각보다 꽤 긴장 될 텐데?”




“감독님 모르셨어요?”




아이들 중 오른쪽 풀백 나경이가 그것도 몰랐냐는 듯 되묻자 감독은 더 궁금해하는 얼굴로 바뀌었다.




“어? 뭘?”




“참나, 이 경기 지금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되고 있다고요.”




“그…래서?”




“와 진짜, 그래서라뇨! 그러니까 승부차기란 게 뭐에요! 


공 차는 사람 한 명, 막는 사람 한 명, 딱 이렇게 단 둘만 카메라에 잡히는 거잖아요. 그니까!”




“아하!”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영후는 이마를 탁 치며 한참을 웃었고, 


남희와 수림도 그제야 어이가 없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알았다 알았어. 요녀석들, 다들 노리는 바가 있었구나? 후후. 


그치만, 미안하게도 규정상 너희들 모두가 참여할 수는 없단다.”




“그럼 우리 중에 누가 차요?”




아라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며 묻자, 아이들도 숨 죽인 채 영후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영후는 한참을 뜸 들이다 드디어 결심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 결론은…”




모두들 침을 꼴깍 삼키며 다음 말을 기다리자 감독이란 남자는 


역시나 장난끼를 그대로 발동시키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제비 뽑기로 하자.”




“?????”




아이들 만큼이나, 아니 아이들 보다 더 아이들 같은 말을 내뱉는 감독 덕에 남희는 


그만 ‘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고, 수림은 그저 ‘뽑기를 뭘로 만들어야 하지?’하며 


감독 만큼이나 엉뚱한 생각에 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단 한 사람, 골키퍼 미자야 말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제비 뽑기 없어도, 단독으로, 그것도 5번이나 풀 샷으로 나온다 이거지? 아자!!!’






















-




이런 한국여대의 황당한 상황도 모른 체 관중석의 한국여대 서포터를 자청하던 남학생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와, 진짜 오늘 경기 대박 아니냐?”




“존나 빠르고! 존나 재밌어! 진짜 장난안치고 텔레비전으로 보는 이피엘보다 수천배는 재밌어!”




“근데 시바 우리 이 경기 놓치면 가슴이 존내 욱씬욱씬 거릴 거 같지 않냐?”




언제부턴가 남학생들의 머릿속에선 한국여대가 이미 ‘우리 팀’으로 자리잡고 있었기에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우리’라는 단어는 생소하기는 커녕 너무나 자연스럽기만 했다.




“미친년! 경기 끝났냐? 다들 비싼 기차표 끊고 12번째 선수로 전주까지 내려 온 이상 


그런 생각말고 죽어라 응원해주는 게 도리 아니냐? 새끼들, 부정타게 질 생각부터 하고 지랄들이야.”




커다란 탐을 든 채 리딩을 하던 남학생이 거칠지만 진지하게 외치자, 


다른 남학생들도 일말의 긴장감을 벗어 던지고 더욱 목소리를 높여 힘차게 한국여대를 연호했다.






















-




금방이라도 심장마비가 올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황총장이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감독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우며 철썩 달라붙자 노감독은 팔에 전해지는 뭉클한 느낌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황총장은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는 듯 가늘게 떨리는 입술을 힘겹게 열었다.




“이제… 승부차기인 거지요?”




“뭐, 승부를 가리려면 그래야겠지.”




“분명, 다섯 명이 차던가, 그랬지요?”




“당신 기억이 맞소. 하지만 경기에 참여하고 있던 선수들 중에서만 뽑을 수 있는 거지.”




“그럼, 교체돼서 나가거나, 아직 경기에 들어오지 못한 선수들은 찰 수 없는 거에요?”




“그렇다오. 그래서 가끔 교체 여유가 있는 팀들은 승부차기를 앞두고 


승부차기에 능한 킥커나 골키퍼를 넣고 하는 거지.”




"승부차기에 능한…"




황총장은 노감독의 말에 어쩐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분명 ‘능하다’라는 말은 다시 말해 능숙하다는 말과 다름이 없을 것이었다. 


물론 한국여대 감독이라면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분명 충분한 연습을 해 뒀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실전에서 90분을, 그리고 거기에 30분을 더 뛰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이렇게 잔인한 승부차기를 맞닥뜨리게 된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수많은 관중들은 분명 한 골 한 골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테니, 


선수들이 생전 처음으로 받을 압박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었다. 




이렇게 지켜 보고만 있는 자신의 가슴도 터질 것만 같아 미칠 지경인데, 


하물며 아이들의 마음은 어떠할는지 굳이 들여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얘들아…’




그 순간 황총장은 처음으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가슴 깊이 느껴보고 있었다.






















-




“여기 승부차기에 참여할 선수 명단입니다.”




대기심은 잔뜩 심통이 난 얼굴의 남희에게 선수 목록이 적힌 종이를 받아 들었는데, 


그런 남희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한국여대 아이들의 표정은 코치와는 정 반대였기에 


조금 신기한 나머지 돌아가려는 남희를 붙들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실은 한국여대 아이들이 아니라, 한국여대 코치가 괜찮은 건지 묻고 싶었겠지만.




“저기, 한국여대 선수들… 괜찮은 겁니까?”




“네? 아… 네, 괜…찮습니다. 그럼.”




굳이 대기심의 말이 아니더라도 벤치 쪽 상황은 이미 안 봐도 비디오였기에 


남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한국여대 벤치 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역시나 승부차기에 뽑힌 아이들은 환호를, 그리고 뽑히지 못한 아이들은 말 그대로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다.




‘모르겠다 정말…’
























-




경기에 참여하던 아이들 중 부상을 당한 센터백 진희를 제외한 모두는 센터라인으로 걸어나갔고, 


골키퍼 미자만이 그 아이들과 반대쪽인 골대 쪽으로 걸어나가야 했는데, 순간 감독은 미자를 불러 세웠다.




“미자야.”




“네? 어맛!”




그라운드로 걸어나가려다 무심결에 돌아본 미자는 그러나 격하게 자신을 안아주는 남자 덕분에 


순간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코 꿈이 아니었다. 




분명 이 남자, 자신을 꼭 안아준 상태에서 자신의 귓속에 따스한 마음을 불어넣어주고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들어서 미안하구나.”




“아, 아니에요 감독님 저는…”




분명 좀 전까지도 이 남자의 품에 안기고만 싶었던 미자는 그러나, 


무척이나 쑥스러운 나머지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영후는 그런 미자를 더욱 꼭 끌어안으며 속삭여주었다.




“아니긴… 이 바보 같은 감독도 우리 미자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다 알고 있었단다. 


근데, 너무미안하니까, 그러니까 더 미안하다고 말할 수가 없더라. 


그만큼 늘 빛나지 않는 자리에서 고생만 했던 너니까…”




“감독님…”




“그래서 난, 지금 승부차기까지 오게 된 게 무척이나 기쁘구나.”




“?”




“이 승부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 미자일테니까.”




“!”




“그러니… 나가서 ‘너의 경기’를 멋지게 마무리 해주지 않겠니?”




미자는 남자의 마지막 물음과 함께 품에서 빠져 나와 양 어깨를 그의 손에 맡긴 채로 


말없이 두 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의 갈색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눈에서 


어느새 긴장감은 사라진 채 열정만이 남아있음을 미자는 확인할 수 있었다.




“감독님, 금방 해치우고 올게요.”




미자는 실은 경기고 뭐고, 몇 시간이고 이 남자의 품에 머물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리광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때문에 보란 듯이 골대 쪽으로 걸어가면서 장갑을 낀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팡!’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려보았지만 결국 금방 후회를 하는 미자였다.




‘우이씨… 아프잖아…’






















-




센터서클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한국여대 아이들은 


주심의 동전 던지기에 이어 혜미가 손가락으로‘V’자를 그리며 기세 등등하게 돌아오자, 


마치 벌써 승부에서 이긴 양 환호성을 질러댔다. 




아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만일 동전 던지기에서 이겼을 경우 선축을 하자고 했었는데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 




물론 심리적인 측면에서 먼저 차는 것이 조금은 유리하다는 이론이 있긴 했지만 


아이들이 그런 이론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첫 번째 킥커로 나서는 아라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먼저 차게 돼서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들이 달려드는 것에 난감해하던 감독에게 


승부차기 킥커로 나서겠다고 끝까지 홀로 생떼를 부리던 때에 비해 무척이나 떨려왔다. 




그건 아마도 이 커다란 공간에서 완전히 혼자가 됐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라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관중들의 시선이 그대로 온 몸을 꿰뚫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 느낌은 바로 어제 이 곳에서 누드 사진을 찍을 때의 느낌과 상당히 흡사했다.




‘그래, 확실히 비슷해… 그러니까 지금 이건, 별거 아닌 거야… 그냥, 어제 그랬듯이, 가볍게 하고 오자…’




어제의 누드 사진 촬영이 이런 순간에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분명 어제의 순간들을 떠올리자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해지는 것만 같았다.






















-




수림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 없는 이 순간이 무척이나 미안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아이들의 체력을 끌어올려 주었더라면, 이런 승부차기 따윈 


마음 졸이며 지켜보지 않아도 됐을 거란 생각에 까지 미치자, 더욱 가슴이 아파왔다.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릎 위로 한참이나 올라간 청치마자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그런 수림을 바라보는 남희 또한 수림의 마음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코치로서, 완벽한 실수를 저지른 건 다름아닌 나에요…’




코치라면, 그것도 수석코치라면 분명 이러한 상황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했어야만 했다. 




이런 토너먼트 경기에선 당연히 이런 상황이 나올 수 있음을 인지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승부차기만큼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인지,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승부차기에 관련된 책까지 읽었으면서…’




남희는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진 축구 관련 서적 중 ‘승부차기’에 관한 내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0.6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과학적 근거는 바로 골키퍼의 질량에 의한 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성의 크기에 가장 중요한 물리량은 바로 질량이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 중에는 의외로 키가 작은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메시(아르헨티나)나 카를로스(브라질) 등과 같은 선수들은 키가 작으면서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물론 어려서부터 계속적인 트레이닝이 가장 큰 원동력이겠지만, 분명 키 작은 선수가 큰 선수들에 비해 장점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질량과 관성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관성의 크기는 질량의 크기에 비례한다. 즉 질량이 작은 선수들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관성이 작아 정지에서 움직이기, 또는 움직이다 정지하기가 큰 선수들에 비해 유리하다는 것이다.




관성을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하자면 정지관성, 운동관성, 회전관성이 있다. 정지관성은 말 그대로 ‘정지되어 있는 물체가 계속 정지하려고 하는 성질’이고, 운동관성은 ‘직선 운동하던 물체는 계속 등속직선운동을 하려는 성질’이며, 회전관성은 ‘어떤 축에 대하여 회전하는 물체가 계속 그 축에 대해 회전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골키퍼의 경우 공이 오는 방향을 예상하지만 그 공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골키퍼는 바로 현재의 운동 상태인 정지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으로, 이는 정지관성에 해당된다. 또한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헛다리짚기 기술도 정지관성을 이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좌우로 여러 번 헛다리를 짚음으로 해서 상대방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면 상대방의 반응속도는 그만큼 느리게 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골키퍼의 질량을 가볍게 하고 힘을 기르고 키를 키우면 골을 막기 위한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상상해 볼 수는 있지만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시간적 분석을 보면 페널티킥의 성공률은 100%%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약 70∼80%% 정도라는 것이다. 아마도 킥을 차는 사람의 심리적 압박감이 실수를 부르는 큰 이유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도 조차 완벽한 답을 주지는 않았었다. 마치 승부차기 만큼은 정답이 없다는 것 처럼.




‘이런 상황… 역시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걸까…’




수학 전공 강사출신으로서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이 남희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오로지 아이들의,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운’ 말고는 기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




아라는 초록색 잔디 위에 동그랗고 하얗게 칠해져 있는 페널티 마크를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축구공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뒷걸음을 몇 번 걷다가 멈춰 섰다. 




그리곤 골대를 바라보았는데, 11m라는 거리는 생각보다 먼 것도 같았고, 


골문은 평소보다 엄청 좁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며 잡생각을 없애려 노력해보았다. 


그런데 순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뜩이기 시작했다.




‘맞아! 지금 난 TV에 나오고 있는 거지?!’




그제야 왜 자신이 승부차기에, 그것도 제일 먼저 나서려 했던 것인지 생각이 났다. 


그러자 갑자기 불안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어서 빨리 주심이 휘슬을 불어주었으면 하고 설레이기 까지 했다.






이윽고 휘슬소리가 들리자 아라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오른팔을 번쩍 들고는 –- 마치 체조선수가 그러하듯 –- 제자리에서 각 관중석쪽으로 돌며 


승부차기를 시작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잔뜩 긴장하고 있던 관중석에선 그야말로 엄청난 호응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탐탐탐! 아라, 골! 탐탐탐! 아라, 골!




어느새 4만이 넘는 관중 모두가 한 목소리로 아라를 응원하자 아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지만, 벤치의 남희는 역시나 졌다는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역시… 뭔가 저지를 것 같더니…’




하지만 남희의 반응과 달리 아라는 불안함 따윈 날려버린 듯 담담하지만 결의에 찬 얼굴로 


앞으로 달려나가며 골키퍼 김현주의 움직임을 슬쩍 바라보았다. 


하지만 쉽게 움직일 것 같지 않아 보이자 아라는 어쩐지 그 순간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어디로 찰지 지켜보고 움직이겠다?’




아라는 공의 왼쪽에 서있다가 공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기에 


김현주는 그 순간 무수히 많은 예상을 해보고 있었다.




‘달려오는 방향 그대로 찰까? 아니면… 페인트?!’




하지만 너무나 보일 정도로 한 방향으로만 달려 나오고 있었기에 


김현주는 순간적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페인트다!’




골키퍼 김현주는 아라의 발에서 공이 떠남과 동시에 자신의 오른쪽 공간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출~렁!




거짓말처럼 아라는 달려오던 방향을 전혀 바꾸지도 않았고 오히려 막아 보라는 듯 오른쪽, 


그러니까 김현주의 왼쪽으로, 그것도 크로스바와 골 포스트가 만나는 지점에 거의 근접할 정도의 부근으로 


가볍게 차 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은 빠르지 않았기에 방향만 예측했더라면 충분히 잡을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치잇! 너무 생각이 많았나…’




김현주는 아깝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쉽게 지울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때문에 다음 기회를 노리는 수 밖에 없다고 좀 전의 상황을 애써 지워보려 했지만, 


어쩐지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김현주는 그 ‘이상함’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기에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




“성공했어요? 그랬어요?”




황총장은 너무나 떨렸던 듯 눈을 꼭 감은 채 노감독의 등 뒤로 숨어있다가 


관중들의 환호소리에 실눈을 뜨며 경기장을 바라보고는 재차 노감독에게 물었다.




“그러지 말고, 제대로 보는 게 어떻겠소? 어차피 당신이 본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닐진데.”




“그게, 그렇지가 않단 말이에요. 중요한 경기 같은 걸 내가 보고 있노라면 꼭 지…”




지곤 했었다,는 말을 하려다 황총장은 스스로 흠칫 놀라 입을 다물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며 노감독은 그 모습마저 귀엽다는 얼굴로 황총장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비단 황총장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은 어찌 그리 마음이 여린지, 


특히나 국가대표의 주요한 경기 때마다 자신이 보면 경기를 지더라는 말도 안 되는 징크스까지 들먹이곤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노감독은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 


그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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