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연애시대 - 1부

본문

날이 너무나 좋았다.


구름 한 점이 없는 파란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였다. 


이런 좋은 하늘을, 창밖으로 삼삼오오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대학생들은 보질 못했다.


오직 그들의 현재 관심사는 평소 맛있다고 소문난 어느 가게의 빈자리이거나, 예쁜, 혹은 멋진 남녀 선후배의 얼굴이었다. 아님 어제 보았던 막장 드라마일수도 있겠고, 이젠 아저씨 느낌이 줄줄 흐르는 축에서는 어느 대기업의 채용공고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우의 관심사는 오직 그 하늘이었다. 


너무나도 눈이 부셔 금방 눈물이라도 흐를 것 같은 그 아릿함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앞에 놓인 반쯤 먹다 만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는 이미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시들해져 있었다.


그의 왼손 아래 놓인 "문학의 이해"라고 적힌 전공서적도 이미 입을 다문지 오래였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저 하늘 높이 정신줄을 던져버린 그의 뒤로 슬그머니 그림자 하나가 다가들었다.


사람 모양을 한 그 그림자는 조심스럽게 주먹을 쥐고 팔을 들어올렸다.


딱!




"악~~"




주먹을 괜히 들어올린건 아닌 듯 승우는 뒷머리를 감싼 채 사람이 많은 패스트푸드점이라는 것도 잊고 비명을 질렀다. 누가 자신을 때린 건지 확인할 생각도 안들 정도로 강타였다.




"많이 아퍼~?"




걱정을 담은 느낌은 1%도 없는, 순수하게 니가 맞을 짓을 했으니 어쩌겠냐, 라는 필이 충만한 물음을 건네오는 이는 다름 아닌 승우의 부랄친구(뭐, 그녀에게는 없는 거지만), 주희였다. 강주희.


키는 165로 나름 들어갈 곳과 나올 곳이 확실하고, 얼굴도 시원스런 이목구비에 청순한 느낌까지 담고 있어서 교내 남학우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인 그녀였지만.......


승우에게는 그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시도때도없이 때려대는 선머슴이었다.




"왜... 때리는..데...?"




한번 개겨보고 싶은 심정에 울컥 반항조의 말을 꺼냈지만 주희의 부릅뜬 눈빛 한번에 끝말은 거의 들리지도 않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승우는 이런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지만 어릴 적부터 그렇게 길들어져 온 걸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어릴 적에 이미 정해져버린 위, 아래였으니까.


지금은 180이 조금 안되는 키로, 그다지 작다고 할 수 없지만 어릴 적에는 거의 땅바닥에 붙어 다녔다.


주희가 좀 큰 편이긴 했어도 어른 손으로 한 뼘 이상 차이가 났으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집이 바로 이웃이라 어쩔 수 없이 등하교를 그녀와 같이 다니면 어른들에게 항상 들었던 말.




"아이고, 얼굴도 예쁜 게 동생도 잘 데리고 다니네. 너 누나 말 잘 들어야한다."




그럼 주희는 깜찍하게 이런 소리를 해대겠지.




"아니에요. 동생이 착해서 얼마나 말을 잘 듣는다구요. 그렇지?"




너무 깜찍해서 그 말하는 양볼따구니를 사정없이 꼬집어 주고 싶었지만 물론 상상에서였다.


지금 감자튀김을 먹고 있는 저 양볼따구니.




"사애자시이.. 쩝쩝.. 엉? 저러 거에.. 너기 나가아지구..쩝.."




승우는 속으로 제발, 제발이라고 안타까운 감탄사를 연신 날려댔지만 주희는 들리지 않는 듯 끝까지 입에 먹을 걸 우물거리며, 가끔씩 밖으로 그것들을 보여주기도 하며 말을 해댔다. 


손으론 하늘을 가리키면서......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주희는 승우가 그렇게 혼자 멍하니 있는 걸 못마땅해했다.


책을 너무나 좋아해 학교 그네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는 승우에게 다가가 그네를 탔으면 이래야 재밌다면서 사정없이 밀어버리기 일쑤였다.


또한 가슴이 갑자기 먹먹해오는 광경, 즉 노을이 질 때나 오늘 같은 푸른 하늘을 보았을 때 승우는 순간 멍해지면서 가던 길도 멈추곤 했는데 그럴 땐 지금처럼 항상 주먹이 날아왔다.




"쭈우우우우우우웁...쭈웁.. 쭙..쭙.. 캬... 시원하다."




반 이상 남아있던 콜라를 단 한 번에 빨아들이고도 밑에 남은 것까지 완벽하게 처리한 그녀.


만족스럽다는 듯이 나오지도 않은 매끈한 배를 두드리는 주희를 고개를 저으며 보다가 문득 승우의 눈에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볼록 튀어나온 가슴께에 떨어져 있는 감자튀김 부스러기.


아주 작은 부스러기였지만 워낙 보기좋은 가슴에, 떨어진 위치가 봉우리 끝단의 좀 민망한 자리라서 승우에게 주는 시각적 효과는 충분했다.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또 멍해져 버린 승우.




"이 자식이 또... 뭐...야?"




배를 채운 만족감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주희의 시선도 자연스레 승우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가슴으로 향했다.


조용히 손을 들어 부스러기를 털어내는 주희.


순간 승우는 그 손길에 담긴 살의를 알아차렸다.


살고 싶은 생각에 엉덩이가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서 들렸다.




"움직이면 죽는다."




승우의 몸은 그대로 얼어버린 듯 어정쩡한 자세로 고정되었다.




"다시 앉어."




자동적으로 다시 의자에 붙어버리는 엉덩이. 파블로프의 개보다 더 정확한 조건반사.


주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승우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예전부터 주희는 자신의 몸에 대해서 남자들이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다.


그런 걸 잘 아는 승우였기에(물론 그런 음흉한 시선으로 보기엔 서로 너무 오래된 친구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지내왔던 것인데......


오늘은 너무나 세게 맞았던 탓일까. 아님 그 아찔한 광경에 수컷의 본능이 일어났던 것일까.


실수였다. 남자로서 억울한 일이지만 주희에게는 실수였다.




"쳇, 너도 별 수 없구만."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그 말에 승우의 마음 한 켠이 쓰려왔다. 그런 게 아닌데. 승우의 표정은 어느새 누나에게 꾸중을 듣고 있는 어린 동생의 얼굴로 변해버린다. 




"미안..해.."




"야, 고개 들어봐."




승우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들었다. "죄책감"이라고 이마에 고대로 쓰여 있다.


주희는 그 얼굴을 보자 소꿉친구까지도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았다는 배신감은 사라지고 어느새 그를 남자로 이해하는 마음이 차오른다.




"그래. 승우도 남자긴 남자지."




사실 생각해보면 별 일도 아니었다. 상대방 옷에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으면 시선이 가는게 인지상정.


이런 식으로 마음이 풀리자 주희는 갑자기 저 순진한 녀석을 놀리고 싶어졌다.


그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고 싶다.


허리를 쭉 폈다. 주희의 가슴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승우의 시선은 아직 자신의 얼굴에 머물러있다. 거길 보면 안되지. 주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다.




"너도 이게.. 좋....냐?" 




왜 이러지? 장난을 치려고 한 말인데 말이 살짝 떨려 나온다. 저 녀석은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은 거 같다.


이런 민망한 말을 두 번씩 하게 하는 녀석이 밉다. 얼른 당황해하면서 뭔가 반응을 보이라구.




"이게 좋냐고~~?"




승우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으로 향한다. 


이제 주희의 얼굴은 앞에 놓인 케첩보다 더 붉어졌다.




"뭐야 이게... 재미도 없고... 가슴만 뛰고..."






주희는 모르고 있었다. 이 단순한 장난이 어떤 식으로 둘 사이를 결론지을지...


승우도 모르고 있었다. 이 단순한 응시가 그의 관심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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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기억하시는 분들은 대단하신분들이고 거의 절 처음 글쓰는 사람으로 봐도 할 말 없습니다. ㅋ


요즘 refife님, 지단님, PNTK님 등등 여러 대작가님들의 글을 정독하면서...


한 번 저도 흉내를 내보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전 저분들 발끝에도 못미치지만.. 꾸준히 연습해야죠.




이 글은 제가 예전에 했던 드라마 "연애시대"를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많이 넣어볼 생각입니다.


물론 내용은 그것과는 많이 다르구요.




그냥 습작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싶네요.


대작가님들을 따라해보고 싶은 따라쟁이의 습작품이요.




예전과는 다르게 소위 말하는 응응씬도 있을 거 같네요.


정말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위에 작가님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필력이... 정독하고 또 정독하면서 배워야겠어요.


많이 부족한 대로 봐주세요.




그럼 좋은 주말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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