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연애시대 - 2부

본문

이럴 수는 없었다.


여기는 승우의 원룸 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승우의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다.


벌써 3시간 째, 내일 발표할 레포트를 제목과 이름만 써놓고 단 한 줄을 쓰지 못해 승우의 이마에는 깊게 내 천(川)자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현 상태를 들여다 보면 그가 한 줄도 못쓰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평소 항상 무엇을 시작하던 계획을 잡아 한 치의 오차없이 하려고 하는 그였기 때문에 그 옆으로는 지난 일주일동안 도서관을 드나들며 모아온 자료들이 수북하였다. 또한 그 자료들은 이미 중요한 순서대로 깔끔히 정리까지 되어있었다. 그냥 그 사이사이를 이어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승우는 처음 이 레포트 주제를 접한 것처럼 머리 속이 백지상태였다. 






- 현대소설 속에서의 여성의 위치변화






지난 20년 동안을 대표할 만한 소설을 선정해 그 안에서의 여성의 사회적 위치 변화를 짚어보는 레포트였다. 이 레포트는 승우에게 있어 제대 이후 학점관리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했지만 정말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승우는 처음 국문과에 들어올 때에는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분명 어려운 꿈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대학 들어오기 전에 썼었던 소설들은 모두 주변의 호평을 들었다. 그런 호평들은 그를 들뜨게 만들었고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국문과를 진학하게 만들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대학교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학교이었고, 특히나 국문과로는 최고였다. 곧 소설로서 우뚝서리라, 굳게 다짐을 하고 첫 발을 내딛었었다. 아, 정말 그랬었지. 주변의 친구들이 거의 매일을 술을 마시러 다닐 때도 원룸에 틀어박혀 글만 써댔다. 물론 주희가 불러낼 때만은 예외였지만. 그런데 그렇게 6개월, 1년, 2년이 지나는 동안 승우가 쓴 글은 그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상부터 가작까지 해서 꽤 여러 편을 뽑는 학교 내 백일장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술을 마시던 동기들 중에서 이름을 올리는 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애들이 나타날수록 글을 쓸 의욕은 자꾸만 꺾여갔다. 






주희는 그런 승우를 보고 넌 원래 작가가 되려는 의지가 그 뿐이었냐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승우는 대꾸를 하지 못했다. 작가가 그리 쉽게 되는 것도, 빨리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꾸준히 노력을 하면 언젠가는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욕이 컸던 만큼, 또한 자신을 너무 높이 여겼던 만큼, 상처도 크게 다가 왔다. 그 상처를 견딜 수 없어 승우는 군대로 도피해버렸다. 뭐 남들 가는 때에 가는 거라 티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도피는 다시 정확히 도피했던 그 지점으로 돌려놓는다는 것을 제대하고나서야 알았다. 달라진 게 없었다. 2년 동안 쉬어버린 글 쓰는 실력은 더 처져 있었고, 소설만 보고 들어왔던 국문과에서의 내 어정쩡해진 위치는 불안하기만 했다. 과내의 여자동기들은 이미 졸업해서 직장에 취직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있었고, 남자동기들은 비슷한 시기에 속속 학교로 복귀하고 있었다. 단 주희만은 학교 다니는 데에 머슴이 없으면 재미없다며 승우가 군대가있는 동안 외국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였단다. 그랬든지 말든지......






이제는 3학년, 나이도 24살.


승우는 그 때부터 진지하게 장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군대에서 들려오던 심각한 취업난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이었다. 




평소 하던 습관대로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해야할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먼저 지금 해야할 것은 공부였다. 군대 가기 전 학점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는 요즘 말하는 기준스펙에 한참 모자랐다. 다음은 영어였다. 오직 우리 글만 가지고 소설쓰는 것만 할 생각이었기에 저 뒷전으로 미뤄놓았던 영어를 잡아야 했다. 확실히 무엇을 할 지 몰랐기에 더더욱 들어둬야할 보험이었다.




그 다음으로 할 건 바로 무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었다. 소설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걸 포기했으니 그걸 대체할 게 필요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원이 될 수도 있었다.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공무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국문과라는 특성을 살려 출판사 같은 델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승우는 그 모든 걸 고려해봐도 딱히 이거다, 하는 느낌이 오는게 없었다. 


그 문제는 정말 우연한 일로 풀렸다. 그것도 주희에 의해서......








어느 날 주희가 들고온 레포트 하나.




"야, 이거 예전에 네가 썼던 거 아냐?"




"응? 잠깐.. 음.. 그래. 그런 거 같은데?"




"말 똑바로 안할래? 그런 거 같은거야? 그런거야?"




그 윽박지름에 다시 찬찬히 레포트를 살펴본 승우는 그게 자신이 1학년 때 전공필수인 과목에서 썼던 일종의 평론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주희의 손에 있는 걸까? 자신이 쓴 게 틀림없다고 하자 갑자기 주희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가장 화났을 떄의 표정으로 변했다.




"내 이것들을 정말...."




막 뛰쳐나가려는 주희를 붙잡아앉히고 들은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았다. 그녀는 복학도 했겠다, 혹시나 아는 얼굴이 아직 있을까 싶어 과방에 들렀다. 아직은 잘 모르는 후배들만 있었지만 선배라는 이유와 그녀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세 친해지셨겠지. 그러는 찰나 눈이 똘망똘망한 귀염성있는 후배가 혹시 이걸 쓴 게 누군지 아냐고 물으면서 건넨 게 바로 내 레포트였단다. 




"그게 왜 거기 있는데?"




"이 멍청아. 과방에 있는 레포트가 뭐겠냐? 족보라는 거지. 족보..."




승우는 금방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평론이었다. 일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면 모를까. 한 작품을 가지고 쓴 평론이 족보로 남을 수는 없는 것이다. 교수님들이 바보들도 아니고 말이다.




"뭐래더라? 니가 쓴 게 무슨 평론이라는 걸 쓰는데 전혀 감이 없는 애들이나, 좀 쓴다는 애들한테도 그...뭐냐. 형식이나 표현에 있어서 예술이라나? 너 이거 냈을 때, 담당 교수님도 엄청 칭찬했다던데 기억 안나? 아까 그 애도 이제 신입생인 애가 뭘 안다고 내참.. 아주 입에 침이 마르....."




승우에게 그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황급히 그 레포트를 다시 살펴보았다.


자기가 자기 것을 보는 거라 이게 잘 쓴 것인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꽤 깔끔하긴 했다. 


그리고 교수님이 칭찬을 했다? 잘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지만 당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였다.


그런 거에 칭찬을 받던 말던 하나도 기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거였다.




"주희야. 됐다. 됐어. 고맙다~ 고마워~"




승우는 드디어 길을 찾았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뻐 주희를 양팔로 껴안았다.


물론 다음은 정해진 수순처럼 머리를 여러대 맞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정한 길이었다. 그리고 내일 발표는 자신이 이 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알리는 신호탄이 되야 하는데...... 까닥하다가는 불발탄이 될 것만 같았다. 무엇인가 마음 속에서 꽉 막혀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답답한 마음에 속에서 뜨거운 게 치밀어 올랐다.




"으아아아아악~~~~~~~~~"




승우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에 깜짝 놀라 입을 가렸지만 이미 입 밖으로 뛰쳐나간 뒤였다.


여긴 한 층에 두 개의 집이 있는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인 원룸이었다. 지금은 10시에서 딱 몇 분 남은 고요한 밤시간. 이건 실례였다. 특히나 바로 옆에 살고 있는 마님에게는.....




바로 핸드폰이 울린다. 주희다.




"여보...ㅅ"




"야, 이 자식아~ 이 시간에 시끄럽게 무슨 소리를 질러대? 엉?"




"아니.. 그게 아니고..."




승우는 습관처럼 목소리가 작아진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굴욕이 없지만 어쩌랴. 14년을 그렇게 살아온 걸.


그런 승우의 말을 주희는 들을 필요 없다는 듯이 자르고 들어온다.




"됐고, 냉장고에 주스 있냐?"




"엉? 뭐? 주스? 응.. 있긴 한대..그건.."




헐. 끊겼다. 뭐 이런 매너가... 쾅쾅쾅


바로 들려오는 현관문 두드리는... 아니 때리는 소리. 바로 옆에 벨도 있으련만.




"문 열어~"




승우가 문을 열어주자마자 아주 자연스레 냉장고로 향하는 주희. 주스를 꺼내더니 그냥 뚜껑만 열고 바로 입을...입?




"주희야! 옆에 컵 있는데..."




승우의 안타까운 외침은 간단히 묵살되고 주스는 남아있던 양의 1/4정도가 사라지고 나서야 주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캬~ 주스는 이렇게 마셔야 제 맛이지. 너도 줄까?"




그거 내꺼거든? 승우는 항상 봐오던 거지만 또 다시 기가 막힌 건 어쩔 수 없었다. 승우는 아무 말 없이 주희가 건네는 주스를 받아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 앞에 가 앉았다.




"어쭈. 삐졌냐? 남자자식이 고작 그거에 삐치냐? 엉?"




그런게 아니었다. 이정도는 뭐 주희하고 일어나는 일 중에서는 아주, 아~~~~주 작은 일이었다.


승우는 주희가 이 방에 들어오고나서부터 레포트를 쓰지 못하게 막고 있던 그 무엇의 실체가 보이는 것 같아 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뭐지? 아, 찝찝해"




"너 너무한 거 아냐? 친구가 왔는데 이리 대접하기냐?"




주희는 그 말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있는 승우 뒤로 다가가 헤드락을 걸 준비를 했다. 아까 낮의 민망했던 순간에 대한 복수(?)와 더불어 이리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대한 응징이었다. 막 승우의 목에 팔을 걸려는 순간, 승우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주희를 향해 돌아섰다.




"힉, 놀래라."




승우는 주희의 양 팔을 붙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주희의 얼굴을 보았다. 예쁜 얼굴이었다. 아니 이런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미모였다. 그녀가 문과대학 내에서 손으로 꼽는 인기녀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탑을 줘도 할 말이 없을 거였다. 다만 승우에게는 그런 사실들이 제일 가까운 친구에게 붙은 수식어라 불편했을 뿐. 모른 척 하려 했을 뿐.




"주희야. 아까 소리친 건 미안하다. 너도 알지? 내가 간신히 나갈 길을 찾은 걸..."




주희는 갑자기 이런 진지한 분위기가 당황스러웠다. 아까 오후부터 가시에 박히긴 했는데 가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런 까슬까슬한 기분에 침대에서 계속 뒹굴뒹굴만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승우녀석의 고함소리를 듣고 그냥 그런 기분을 잊어볼겸 이때다 싶어 찾아온건데. 이녀석 지금 진지하다. 이런 진지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녀석이 조금은 커 보인다. 더 이상 누나 노릇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내일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그게 내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그 길의 첫걸음수도 있겠다 싶어. 그런데 그게 잘 안 써지는 거야. 그래서 소질 지른거고... 지금 막 그걸 쓸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지 않을래?"




승우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주희를 잡았던 양 손의 힘을 풀었다. 




"미안해. 원인을 알아버렸어. 알아버렸어."




승우는 마음 속으로 계속 미안하다를 외쳤다. 그 순간 부드러운게 승우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좌우로 흔들었다. 주희의 손이었다.




"짜식. 많이 컸는데? 근데 그걸 뭘 그리 폼 잡고 말하냐? 엉? 레포트써야 한다니 머릴 때릴 순 없고......"




그녀의 손은 머리카락 속에서 빠져 나오더니 슬며시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곤...




"욱...."




"이건 갑자기 어른같이 군 것에 대한 벌이야. 자식이 어디 누나보다 크려고 들어? 그럼 나 간다."




쾅. 주희는 갔다. 배.. 아프다.




이제 레포트 쓰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답답하게 가리고 있는 장막을 벗겨버렸으니 이제 시원스럽게 써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부터 써야 할 다른 글에 신경이 쓰인다. 장르도 다르다.


평생 남의 글만 평론하겠다고 맘먹고 이제 그 첫걸음을 떼려는 순간....


승우는 자기 자신만의 소설을 동시에 써내려가야 함을 알았다.


자신없다. 정말 자신없다. 


또 아무데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묻혀버릴 소설이라면... 그래도...


아, 머리 아프다. 우선 레포트다. 승우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 끄~~응..음으으으으~~~~~아.,...




옆 방에서 승우의 잠꼬대 소리가 들린다. 녀석은 항상 잠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잠꼬대를 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벽 하나를 두고 나란히 놓여있는 주희의 침대에까지 들렸다. 


시계를 보니 정확히 1시다.




"승우야, 수고했어. 잘 자라. 이정도면 의리는...지킨..거다..하아아..ㅁ"




주희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벽쪽으로 돌아누운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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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까 6시면 끝내고 편히 쉬고 있을 것을....


단 한 번의 실수로 두 번 작업을 했네요. 완전 피곤피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부디..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로맨스 장르에 입문하는 습작이라고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봐주세요.ㅋ




힘도 내게 할 겸 추천도, 댓글도 좀 해주시고요.


지난번 첫글에 반가운 반응 보여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요.


아..... 저 잡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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