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차돌아, 차돌아 - 89부

본문

차돌아, 차돌아 [제89부]






차돌이가 집에 도착하여 무랑을 방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고 마침 들어온 곰과 종민 에게 자기가 시킨 일의 상황을 보고 받는다.


곰은 차돌 이와 무랑이 부상 입은 것을 보고는 몇 번이고 그 이유를 알고자 물었지만 별거 아니라며 말을 막는 차돌이가 야속했지만 어차피 차돌이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알아낼 수가 없어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차돌 이는 한동안 곰과 종민 에게 앞으로의 할 일을 다시 지시하고는 제비와 함께 집을 나선다.


차돌 이는 집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옆구리의 상처가 제법 깊은 것을 보고 대충 붕대를 감고 병원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아깐 무랑이 걱정되어 자기가 다친 것을 잊고 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상처가 깊어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병원 앞에 차가 서자 차돌 이는 제비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하고 혼자 병원으로 들어선다.


제비는 한동안 머뭇거렸지만 명을 어길 수 없어 그냥 사라지고 한참 후에 병원에서 차돌이가 나온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본다.




[누나가 그곳에 갔으면 아직 도착 전이겠네.....]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차돌 이는 거리를 걷는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지라 서로 어깨를 부딪치기도 하고 몸을 틀어 길을 비켜가면서 목적지도 없이 하염없이 거리를 걷는 것이다.


얼마 만에 혼자서 이렇게 자유롭게 길을 걸어보았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얼마나 내 삶이 바쁘고 여유가 없었는지 이렇게 혼자 거리조차도 걸어보지 못했던가.


이 세상에 오직 누나와 자기 둘만의 혈연으로 버려진 몸이지만 이런 여유도 없이 살아왔던가.


누가 있어 나를 도와줄 수 있으리...수수께끼 같은 삶을 오직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압박감속에서 살아온 지난날이 후회도 된다.


과연 내가 지금껏 살아온 삶은 정당하고 바르게 살아온 것인가.


뭘 위해 그렇게, 바 둥 거리며 살아왔는가.


빈손으로 왔다가 옷 한 벌은 건졌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삶 자체를 달관하며 살아서는 안 되지만 난 과연 무얼 이루었나.


나의 꿈이 얼마나 성취되었는가.


비기오나 눈보라가 몰아치나 태양이 녹아내릴 때라도 푸르른 빛을 영원히 잃지 않고 모든 피곤하고 찌든 사람들의 널따란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는 한그루 나무가 되고 싶었지 않았는가. 


대자연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나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며 좀 더 충실한 열매를 맺어 모든 베고픈 이에게 나눠줄 수 있는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지 않았던가,


과연 내가 너무 공상적이고 감상적인 꿈에 젖어 너무 소홀하게 세상을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차돌 이는 자신을 둘러본다.


그리고 내가 가진 꿈이 너무 허무맹랑한 꿈이 아닌지 돌이켜본다.


차돌 이는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생명의 불꽃이 오늘 꺼지지 않는 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으리라고....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우고 일 년의 계획은 정초에 세운다 하지 않았는가....


보다 빨리 소망을 이루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계획과 실천만이 자기의 소망을 이루어 주리라 생각한다.


비록 사자를 잡으려다 생쥐를 잡더라도 미래의 큰 소망을 위해 온 정열을 기우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어깨를 밀치듯 세게 부딪히며 한 젊은 학생이 앞을 향하여 달려간다.


그 학생의 30미터 앞으로 역시 학생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젊은 두 놈이 맹렬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차돌 이는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생각하며 다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하고 젊은 사람이 달려간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구수한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차돌 이는 문득 허기를 느낀다.


코로 스며드는 음식냄새가 허기를 재촉했는지 차돌 이는 배를 한손으로 쓰다듬어 보더니 음식집이 즐비한 골목길로 들어서서 어느 집이 나를 이렇게 냄새로 유혹하는가 하고 냄새를 쫒아 걸어간다.


무언가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갑갑한 신음이 들리며 사람을 치는 소리와 작지만 욕설로 누군가를 위협하는 상소리가 들린다.


음식점과 음식점 사이로 나있는 골목 안에서 들리는 소리다.


차돌이의 발길은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골목을 돌자 막다를 길이 나타나고 아까 자기의 어깨를 치고 간 학생이 두 놈에게 질펀하게 맞고 있었다.


그러나 한사코 한 놈의 다리를 잡고 매를 맞으면서도 붙들고 있었다..




[이런 개 새끼가.....야, 이 새끼야 손 놓지 못해.....퍽...퍽....]




발을 잡혀있는 놈이 남은 발로 젊은 학생을 구타하고 옆에 있는 다른 놈도 간간이 발길을 날리며 놈을 떼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만 시끄러운 일에 끼어들기 싫어서 돌아 나오려는데 학생의 한마디가 발을 잡는다..




[죽어도 못나....나쁜 놈들....네놈들은 어미도 없나...


그런 불쌍한 사람의 돈을 훔치게.....]




젊은 학생은 맞으면서도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하며 죽어라고 놈의 바지를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허어...이런 씹할 놈이....뭣이 이런 끈질긴 놈이 있나.


야, 이개새끼야 더 맞아야 그 손을 놓겠어.]




놈은 학생의 끈질긴 집념에 혀를 두르면서 필사적으로 학생의 손을 떨 구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그리고 마구 짓밟아 댄다.




[그래....아줌마의 돈을 돌려주기 전에는 죽어도 놓지 않을 테니 죽이든 돈을 내놓던지 


맘대로 해라...이 새끼들아......]




젊은 학생은 결사적이었다.


무지막지한 구타에도 잡은 다리를 죽어라고 놓지 않고 매를 맞고 있다.




[이런 좆만 한 새끼가..퍽....퍽....]




점점 구타가 심해진다.


놈들은 학생이 계속 버티고 손을 놓지 앉자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욕설과 더불어 무차별로 마구 때리고 있다.


그러나 학생도 끈질겼다.


무차별로 맞아 신음을 흘리고 입이 터져 피를 흘리면서도 다리를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차돌 이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이봐..이젠 그만하지....]




차돌 이는 그 현장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조용히 타이른다.




[어라...저 새낀 또 어디서 나타났어.


씹 헐....길이 막히다보니 별 개 같은 새끼들이 다 건드리고 그러네....


야. 좆만 한 새끼야....볼일 없으면 빨리 꺼져...


맞아 뒈지기 싫으면....]




놈은 인상을 있는 데로 그리며 으르렁 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학생 같은 놈에게 발목을 잡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있는데 또 다시 난데없이 다른 놈이 나타나 건방지게 간섭하고 있으니 기름에 불붙인 듯 화가 폭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놈과 드잡이 질을 할 수가 없었는지 재빨리 사라지는 게 내 신상에 좋으니 욕설과 인상으로 차돌 이를 겁주며 물러나게 한다.




[이제 그만하라 했다.]




차돌이가 다시 싸늘하게 한마디말로 다구 치며 놈들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다른 한 놈이 다짜고짜 차돌 이에게 오더니 멱살을 잡으려든다.




[이런 씹만 한 새끼가...우리가 누구라고....으윽.....]




놈은 차돌이의 멱살을 잡고 겁을 주려다가 갑자기 팔이 비틀어지는 아픔에 신음을 지르며 인상을 구긴다.


차돌 이는 팔을 비틀며 나머지 손으로 놈의 복부를 강타하며 밀쳐버린다.




[쿵......으윽.....]




놈은 길바닥에 구르더니 한쪽 구석에 쳐 박혀 아픈 배를 움츠리며 고통의 신음을 연신 쏟아낸다.


발목을 잡힌 놈의 얼굴색이 변한다.


차돌이의 말투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잘못 건드린 것 같아 순식간에 겁을 집어 먹고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빈다.




[아이고 형님, 사람을 잘못 보았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용서라.....그래, 무슨 일로 학생을 때리고 있나.]




차돌 이는 왜 학생을 때리는지 묻는다.


이미 대충 감은 잡았지만 본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는지 듣고 싶었다.




[저...그게......]




놈이 말을 못하고 더듬거린다.


그러자 다리를 잡고 있는 학생이 큰소리로 말한다.




[이놈들이 불쌍한 아줌마의 돈을 들치기했어요.


형씨, 제발 그 아줌마 돈을 찾아주시오. 이놈들이....분명합니다.]




차돌 이는 순간 인상이 험악해진다.


들치기라니....이런 놈이 사회를 좀먹는 더러운 놈들이 아닌가, 


차돌 이는 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러자 놈은 사색이 되더니 급히 호주머니를 뒤져 돈뭉치를 꺼내놓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 순간 학생이 번개같이 놈이 꺼낸 돈을 거머쥐고 품에 안고는 차돌이 뒤에 선다.


차돌 이는 놈을 응징하러 다가가다가 내가 왜 이런 일에 끼어들어 시끄러운 일을 자초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이런 놈을 파출소에 잡아주면 이름도 밝혀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자연히 자기의 시간이 조금은 구속받으리라 생각하고는 천천히 그리고 작게 그리고 싸늘하게 놈들에게 이른다.




[다신 이런 짓 하지마라.


오늘 내 눈에 보인 걸 천행이라 여기고 다시는 남의 돈을 거저먹으려 하지마라. 


내말 알아듣겠나.]




차돌 이는 좋은 말로 타이른다.




[그럼요. 다시는 이런 나쁜 짓 안할 테니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놈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차돌이가 더 이상 자기들을 문제 삼지 않을 것 같으니 더욱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며 이 자리를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다하며 용서를 빈다.




[네놈들 말을 믿어보겠다.


그럼 빨리 꺼져. 다신 그런 짓 않도록 하고...]




차돌 이는 그들을 용서하고 사라지라고 명령한다.




[예, 예....형님 명심하겠습니다]




놈은 있는 데로 머리를 수그리며 행여 차돌이 마음이 변할세라 재빨리 동료에게 다가가더니 놈을 부축하고는 급하게 사라지고 만다.




[왜 놈들을 잡아 파출소로 연행하지 않고 그냥 보내줍니까, 형씨.....]




학생이 차돌이의 행동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입가에는 피가 아직도 흘러내리고 있었고 옷은 엉망이고 푸른 멍이 눈 주위에 물들어 있다.


차돌 이는 학생을 보며 싱긋 웃어준다.




[나도 모르겠소, 그냥 시끄러운 일에 휘말려들기 싫어서.


그리고 돈을 찾았으니 괜찮지 않소.


그나저나 그 몸으로 어디 걷기나 하겠소.


자, 내가 부축해드릴 테니 갑시다.]




차돌 이는 학생의 옆구리로 한 팔을 넣어 비틀거리는 학생을 부축하여 골목을 나온다.


냄새도 허기도 순간 모두 잊은 듯 넘어지려는 학생을 부축하여 길을 간다.




[학생인가 본데...겁 없이 그런 나쁜 놈들한테 달려들다니...정말 용기가 대단 하외다.]




차돌 이는 아까 학생이 보여주었던 끈질긴 근성에 탄복하며 하는 말이다.


사실 그렇게 맞으면서 그런 집념을 보여준다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행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기에 학생을 칭찬하는 것이다.




[이보시오, 형씨....난 용기로 나선 것이 아니라오.


그러나 우리사회가 너무 메말라가는 이때 우연히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았고 나도 


그렇게 실천하며 살려고 한 것 뿐이오.


마땅히 우리 모두는 이러해야 하는 게 아니오.]




학생은 겸손했고 옳은 일을 하는데 모두가 앞장서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로 대답을 대신한다.


뭔가가 학생을 이 사회를 바로 보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는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꺼려하고 나서지 않는 사람들을 욕하고 있었다.




[하하하....맞소, 참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 같소. 당신은....]




차돌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힘든 세상에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몸을 아끼지 않고 행하는 그의 용기가 너무 좋았다.




[아니오, 나도 한때는 저놈들처럼 저렇게 막 대놓고 살까도 한 사람이오.


아무것도 할 수없는 이놈의 세상이 싫어 저렇게라도 해서 울분을 풀고자 한 적도 


있었다오.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지만....


정말 이놈의 세상인심이 모두 메말라있는 건 아니란 걸 말입니다....]




학생은 뭔가 사연이 있은 듯 피를 흘리며 아픈 신음을 간간이 흘리면서도 그 말을 하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차돌이도 학생이 그렇게 된 사연이 듣고 싶었지만 자기와는 무관한 일이라 그냥 같이 웃어줄 뿐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얼마나 걸었을까....




[저 집 아줌마요.


아마 이 돈을 돌려주면 너무나 기뻐할 것이오. 모두 형씨 덕이지만.....


그리고 어디 시간이 남아 있으면 내가 감사의 막걸리 한잔 정도 대접하고 싶은데....]




학생은 차돌 이와 더 이야기가 하고 싶은 모양이다.


어딘지 모르게 범상해 보이고 눈빛이 정의로움에 차있는 듯 보이자 호감을 느끼고 술이라도 한잔 했으면 하고 청하는 것이다


차돌이도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이 학생이 궁금하기도 하여 망설이지 않는다.




[하하하...좋소이다.


막걸리라니....너무 좋소이다. 하하하.....]




둘은 돈을 잃어버렸다는 아줌마 집으로 들어간다.


집이 아니고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식당 안에는 50정도로 보이는 아줌마가 너덜 한 의자에 힘없이 앉아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 하고 있었다.




[그 돈이 무슨 돈인데....아들놈 대학등록금인데...흐흑.....


그 나쁜 놈들이....흐흑....]




아줌마는 울다가 가게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는 벌떡 일어난다.




[학생, 놈들을 잡았어...아니 이 피는....아....이일을 어째.....]




아줌마는 또다시 기운을 잃는다.


학생이 피를 흘리고 얼굴은 멍이 들어있으며 옷은 찢어지고 구겨져 엉망이 되어있으니 돈을 찾기는커녕 몰매만 맞고 돌아온 걸로 여긴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나서주지 않는 일에 나서서 봉변만 당한 것 같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줌마는 학생의 몸을 부축한다.




[아줌마, 이 형이 찾아줬어요. 맞는 가 세어보세요.]




학생은 품속에서 돈을 꺼내 환히 웃으며 아줌마에게 드린다.




[뭐 뭣이 돈을 찾았다고 이런 고마울 데가......


아이고, 정말 고맙구려...이젠 아들놈 등록금 걱정은 잊었어..


아....어찌 이렇게 고마울 수가.....젊은이 너무 고마워........]




아줌마는 돈을 빼앗듯이 받아 품안에 안고는 기쁨의 소리를 질러댄다.


그리고 차돌 이와 학생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가며 어떻게 감사해야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다.


한동안 두 사람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고 있던 아줌마는 아직도 두 사람을 가게 안에 세워놓은걸 알고는 자기의 행동이 부끄러운지 두 사람에게 자리에 앉게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감사의 말을 한다.




[정말 고맙네. 학생이 이렇게 다쳐가면서 돈을 찾아주었는데 은혜도 모르고 돈만 


찾았다고 좋아했으니 정말 미안해....


가만있자. 어디 약을 찾아봐야겠어.....잠깐만 기다려요......]




아줌마는 그때서야 학생이 피를 머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약을 찾으려고 부산을 떤다.




[아닙니다. 어디 약을 바른다고 이 멍이 없어집니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게 멍입니다.


차라리 그러지 마시고 헤헤헤....술이라도 한잔 주십시오.]




학생은 그런 아줌마를 만류한다.


이까짓 상처 대수로운 것이 아니니 염려 말라고 하며 그리고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는지 제법 호기를 부리며 온몸을 흔들어 보여주고는 아줌마에게 술이나 한잔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내 어찌 술을 마다하겠어.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에게....


잠깐만 앉아있어, 내 금방 안주 만들어 올릴게......]




아줌마도 생기를 찾는다.


조금 전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고 우리 동네 마음 좋은 아줌마로 돌아와 한껏 웃어가며 호들갑을 피운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간다.


차돌 이와 학생은 허름한 탁자를 가운데로 하고 마주보고는 그런 아줌마의 행동에 싱긋 웃고 만다.




[지금 어느 학교 몇 학년입니까.]




차돌 이는 학생의 신분을 물어본다.


요즈음 세상에 보기 드문 용기 있는 학생이라 대체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알고 싶었다.




[예, 지금 XX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며 2학년입니다.]




학생은 대수롭지 않게 학교를 밝히며 웃는다.




[호오...그래요. XX대학이라....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그런 공부를 하기에 그런 정의감이 분출 되는가 봅니다.]




차돌 이는 놀랐다.


XX대학교라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로 치는 학교이고 그곳에서도 법학을 공부한다면 수재임이 분명하다.


공부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인데 불의를 보고 뛰어들 줄도 알며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나와 대작까지 하고 있으니 차돌 이는 다시 한 번 학생을 쳐다본다.




[하하...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입니다.


전 중도에서 포기하고 실의에 빠져있었는데 메마른 이 사회에도 이름 모를 훌륭한 분은 


계시더이다.


그 분을 생각하면 나 지금 이 아줌마에게 보인 노력은 아주 하잘것없고 또한 날 


진정 사람답게 만들어주시려는 그 분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정의롭게 살아가려 


합니다만 어째 그게 내 마음대로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지만 형도 대단하신 분이더이다.


외람되지만 의형으로 모시고 싶은데...........무리한 부탁이겠지요..후후.......]




학생은 자기의 견해를 피력한다. 


아무리 거칠고 메마른 인정밖에 없는 사회지만 전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며 그런 분을 위해서라도 뭔가 사회의 모법이 되고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더불어 처음 만났지만 차돌 이가 마음에 드니 의형으로 모셨으면 하는 것이다.




[하하하...이런 영광이.........


난 이 세상에 누나한분만 있는 외로운 사람이올시다.


그래도 괜찮다면....]




차돌 이는 그러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외롭게 살아온 터라 동생이 생기면 얼마나 좋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선뜻 받아들이기가 민망했던 것이다.


일류대학을 나온 수재를...나 같은 망나니가 형으로서 도리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르다 말입니까,


세상은 어차피 혼자입니다.


일가친지 모두 울은 될 수 있어도 나 자신을 개척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오로지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다 봅니다.


물론 주위가 있으면 수월하겠지요.


그러나 있으나마나하는 사람보다 형같이 인간미 풍기는 사람이 난 더 좋습니다.


거절하지 않는다보고 이 순간부터 형으로 받들겠습니다.]




학생은 일어나 깊이 허리를 숙인다.


차돌 이는 학생의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절제되고 허투루 하는 것이 없고 모두 진정으로 하는 말임을 보고 감격한다.




[그러자, 하하...나도 이제 동생이 하나 생겼어.


그런데 아우. 분명히 하나 말해둘 것이 있어.


난 세상이 원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무엇을 하건 어떤 잘못을 지르건 형을 이해할 수 있겠어.


물론 벌을 봐 달라는 것은 아니야.


그저 내입장이 되어 날 이해하고 포용해 달라는 말일세.......]




차돌 이는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 정의감으로 뭉친 동생이 알면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한 말이다.




[물론입니다.


난 형이라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사람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모신 형인데 형은 어디까지나 내 형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형에게 있다면 죄는 미워하되 영원히 형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존경하고 이해하겠습니다.]




맺고 끊는 점이 확실한 청년이었다.


조금도 수축되지 않고 자기의 마음을 밝히는 학생을 보는 차돌 이는 흐뭇한 마음마저 인다.






90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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