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40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40(십이사(十二死)의 만남)-3




도치와 곽지향은 개봉을 향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곽지향은 말들이 더운 김을 뿜어내며 휘청거리자 말들을 정지시켰다. 이번이 세 번째 말이다. 벌써 두필의 말을 교체했다. 도치와 곽지향이 말을 이용하는 이유는 도치의 경공실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도치가 익히고 있는 무공은 혈무도부(血舞刀斧)의 부법(斧法)과 신법 그리고 약간의 경공절기를 익히고 있다. 하지만 도치가 익힌 경공은 그래 대단한 경공이 아니다.




“좀 쉬었다가 가요. 말들이 너무 지쳤어요.”


“말들이 왜 이 모양이야. 얼마나 달렸다고 벌써 지쳐.”


“아침부터 쉬지 않고 달렸어요. 이정도 버터준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죠. 더구나 당신 덩치가 작기나 해요.”


“쩝~ 그렇긴 하지. 그냥 말을 버리고 가면 안 될까?”


“저는 상관없어요. 당신이 문제죠...........당신 말(馬)보다 빨리 달릴 자신 있어요.”


“빠르진 못해도 쉬지 않고 달릴 자신은 있어.”


“좋아요. 마음이 급한 모양인데.........당신 뜻대로 하죠. 대신 중간에 불평하지 말아요.”


“걱정하지 마. 자~ 그럼 출발하자.”




도치는 말에서 내려 앞으로 달려갔고, 곽지향도 말을 버리고 도치를 따라갔다. 그들이 떠나자 두필의 말이 거품을 물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런데 주저앉은 말의 겉을 바람처럼 스쳐가는 검은 그림자들이 있었다. 바로 도치와 곽지향을 감시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어제 아침 곽지향과 함께 길을 나섰던 도치가 중간에서 증발하자 도치의 뒤를 추적했다. 경공실력도 떨어지고 조심성이 부족한 도치는 여기저기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다녔고, 추적자들은 도치를 추적하는데 성공했다. 감시자들은 곽지향을 감시하는 다른 감시자들과 긴밀하게 연락하며 도치를 추적했고 저녁때쯤 곽지향을 추적하던 감시자들과 합류했다. 곽지향은 도치와는 달리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다. 추적자들은 곽지향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들의 뒤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달려가던 감시자 한명이 새 한 마리를 날려 보낸다. 새는 공중을 한바퀴 선회하더니 무림맹을 향해 날아갔다.




:-------------------------------------------------------------------




아군과 궁아라는 개봉객잔으로 향했다. 개봉객잔은 개봉일대에서 가장 큰 객점으로 3층 건물에 후원까지 있는 객잔이었다. 객잔에 들어서자 점소이가 달려온다. 궁아라는 점소이에게 후원으로 안내해 달라고 해서 후원에 있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그리고 아군을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면 후원으로 안내해 달라는 부탁했다. 아군은 방에 들어가 다시 역용을 했다. 아가씨가 알고 있는 얼굴로 역용을 한 것이다. 궁아라는 아군을 보며 빙긋 웃어준다. 아군의 표정이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긴장되는 모양이지.”


“수혜아가씨...........오시겠죠. 설마 쪽지를 못 받지는 않았겠죠.”


“걱정하지 마. 천상루을 믿어봐. 꼭 올 거야.”


“휴~ 떨리네요. 어떻게 변했을까요? 설마 저를 못 알아보는 건 아니겠죠.”




궁아라는 아군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군은 궁아라를 보며 억지로 웃는다. 무척 긴장되는 모양이다. 그때 문이 열리며 점소이가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음식들이 모두 준비되고 술이 들어왔다. 잠시 후 점소이가 몇 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바로 유미림, 이막수, 금막비, 마수였다. 이막수는 아군과 궁아라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하하~ 갑자기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어요. 다시 만나서 반갑네요.”


“어서 오세요........이막수님, 유미림님...........그런데 옆에 계신 분들은 누구세요.”


“육사인 금막비와 십이사인 마수라는 분들이에요. 우리들은 어제 도착했어요. 금막비님과 마수님도 어제 도착했다고 하시더군요.”


“자자~ 모두 앉으세요.”




금막비와 마수는 아군과 궁아라에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금막비는 20대 중반으로 보이고 뚱뚱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마수는 20대 초반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무술을 익히지 않은 문사처럼 보였다. 다시 문이 열리며 거대한 덩치의 사내와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왔다.




“아군.........이 자식.......살아 있었구나. 하하하~”


“야~ 도치구나........죽지 않고 다시 만나서 반갑다. 자~ 들어와라. 그런데 옆에 있는 분은 누구냐.”


“곽지향이라고 해요. 독(毒)마관을 출관했고, 잠마동주가 구사라고 부르더군요.”


“어서 오세요.”


“무식한 도치 놈도 살아있었구나..........하하하~ 아군 나도 왔다.”




도치가 자리에 앉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다. 바로 악무룡과 사사인 사우였다. 아군은 악무룡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런 빌어먹을.........이렇고 보니까 다른 놈들은 여자들과 한조인데, 나만 이 재미없는 자식하고 한조였잖아. 잠마동주 개자식 여러 가지로 상처를 주내........흐미~ 성질 나는 거.”


“그건 나중에 잠마동주 만나면 따져봐라. 그리고 여자하고 같은 조라고 좋은 것도 없다.”




도치가 악무룡에게 면박을 주니 바로 옆에 앉아있던 곽지향이 도치를 찔려본다. 도치는 곽지향의 눈빛에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이더니 앞에 있던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킥킥킥~ 덩치 값 좀 해라. 어떻게 여자한테 잡혀 사냐.”


“험험~ 닫치고 앉기나 해라.”


“사사 사우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자자~ 인사는 나중에 하고 모두 앉으세요.”




아군은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직 수혜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지 않는 걸까? 혹시 쪽지가 전달되지 못한 건 아닐까?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머릿속에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숨 막히는 요기(妖氣)을 발산하는 여인이 들어왔다. 방안에 있던 남자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인의 얼굴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한순간에 방안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린 만큼 정적에 쌓인 것이다. 아군도 여인을 보았다. 몽롱한 눈빛........오뚝한 코........붉은 입술.......여인의 얼굴에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요기(妖氣)가 흐르고 있었다. 요사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여인이 자신에게 달려온다. 수혜..........벽궁수혜가 도착한 것이다. 수혜는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오직 아군밖에 없었다. 얼마나 그리워하던 아군인가? 얼마나 보고 싶던 아군인가? 울컥하는 감정이 솟구치며 눈물이 앞이 가리고 아군에게 달려가는 수혜의 뺨을 타고 한 줄기의 눈물이 떨어졌다. 아군은 팔을 벌려 수혜를 안아주었다. 잠마동에서 헤어지고 얼마나 보고 싶던 수혜인가? 얼마나 걱정하며 얼마나 그리워하던 수혜인가? 아군은 수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군.........정말 아군이구나.”




아군은 막상 수혜를 만나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수혜와 아군의 모습을 보며 궁아라는 한숨은 쉰다. 아군이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던 수혜를 만났는데 왜 한숨이 나오는 것일까? 그런데 궁아라와 마찬가지로 씁쓸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수혜와 함께 온 장기였다. 장기도 마음속에 수혜를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하하~ 자자~ 모두 모인 것 같으니까 자리에 앉자.”




악무룡이 나서 자리를 정리했다. 수혜와 아군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감정을 추수이고 자리에 앉았다. 수혜는 아군의 겉에 앉았다.




“만나서 반가와요. 전 궁아라라고 해요. 당신에 대해서는 아군에게 많이 들었어요.”


“예~ 반갑습니다. 벽궁수혜라고 해요...................어~ 당신은 그때 잠마동에서.................”


“맞아요. 기억하시네요. 우리 잠마동에서 한번 만났죠.”




수혜는 궁아라를 기억한다. 궁아라는 잠마동에서 아군을 죽이려 했던 여인이다. 그런데 그 여인이 아군과 한조였던 모양이다. 궁아라는 수혜의 말을 막았다. 아군은 잠마동에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걸 지금에 와서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 아군은 두 여인의 인사가 끝나자 품속에서 작은 패를 꺼냈다. 바로 잠마동주가 십이사 모두에게 전한 패였다. 아군이 다른 사람에게 패를 보여주고 탁자에 올려놓자 다른 사람들도 패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제일사에서 십이사까지의 패가 탁자에 올려진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일단 제가 여러분을 모시게 된 배경을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여기에 모인 분들을 보니...........친숙한 분들도 있고 잘 모르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잠마동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지들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다...........쪽지를 보면 너는 잠마동주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던데.......먼저 잠마동주의 정체부터 알려 주면 좋겠어.”




성질 급한 도치가 아군의 말을 끊었다. 아마 여기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치와 같이 잠마동주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인사말은 이것으로 끝내고 잠마동주의 정체와 마령단의 비밀에 대해 설명하죠............음~..........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여기 있는 궁아라님이 설명해 주시는 편이 좋겠군요.”




아군의 말에 궁아라가 나섰다. 




“저는 잠마동 요마관을 출관한 칠사입니다. 지금까지 일사인 아군과 한조로 활동했어요. 우린 그동안 잠마동주의 정체와 마령단의 비밀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확인할 사향이 있어요. 여기 있는 분들 중에 배화교도가 있습니다. 팔사님과 십이사님이 배화교도죠............팔사님, 십이사님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궁아라가 팔사 장기와 십이사 마수를 바라본다. 그들의 시선이 궁아라와 마주쳤다. 장기는 다시 마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궁아라가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숨기지 말자는 뜻이다.




“맞아요. 나와 마수는 배화교도에요. 당신은 우리에 대해 어떻게 알았죠.”


“두 분 외에 다른 분들에 대해서도 조사했어요. 간락하게 우리가 조사한 것을 말씀드리죠. 사사인 사우님은 무림과는 연관이 없는 분으로 고아라고 알고 있어요..........구사 곽지향님은 천마마련에서 잠마동의 비밀을 알아내고 배화교를 감시하기 위해 파견한 분이죠. 이건 천마마련의 초벽하에게 확인했어요...........오사인 도치님은 산적 출신으로 산채에 있던 사람들이 무림인들에게 몰살을 당하자 잠마동에 들어오신 분이죠. 이건 일사인 아군에게 들었어요..........십사 악무룡님은 벽력세가 출신으로 알고 있어요.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백도 무림 출신이죠. 하지만 백도무림에서 배화교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분은 아닙니다...........육사 금막비님은 사천당가 출신으로 잠마동에 들어왔던 분입니다. 역시 백도 속한 분이지만 백도무림에서 보낸 분은 아닙니다...........십일사 유미림님은 사우님과 마찬가지로 무림과 연관이 없는 분으로 역시 고아로 알고 있어요...........이막수님은 이가살수문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알고 있어요...............저는 북해빙궁 출신으로 빙궁에서 배화교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사람입니다.......여기 있는 아군이나 수혜님은 멸문지화를 당한 벽궁세가의 생존자들이죠. 제가 한말 중에서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금 이야기 하세요.”


“당신이 북해빙궁 출신이란 말이군요.......천마마련에서 보낸 사람도 있었고.........하여튼 참 많은 것을 알아냈군요. 좋아요. 서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어요. 궁아라님의 말에 이의 있는 사람은 없죠. 아무도 없는 모양이네요. 궁아라님 계속 이야기 하세요.”


“잠깐만........내보고 사천당가 출신이라고 했나.......그런데 난 금가야. 당가가 아니란 말이야.”


“금막비님은 사천당가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쩝~ 자세히도 조사했군..........좋아. 그렇다고 치자.”




금막비는 무언가 할말이 있었지만 입을 다물어 버린다. 자신이 사천당가의 데릴사위로 들어갔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나 지금은 사천당가와는 결별했다. 그걸 굳이 지금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중에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른 분들은 말씀이 없는 걸로 보아 제 말에 이의가 없으신 걸로 알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어요. 장기님과 마수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우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계속해서 배화교에 충성하시겠습니까?”


“꼭 지금 대답해야 합니까?”




마수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만지작거리며 궁아라에게 물어본다.




“일단 잠마동주의 정체와 마령단의 비밀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아군의 말에 궁아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장기와 마수의 대답을 지금 강요할 필요는 없다.




“좋습니다. 설명이 모두 끝나면 그때 대답을 듣도록 하죠.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것은 아마 잠마동주의 정체일 겁니다............현재 잠마동주는 무림맹의 군사로 있는 배화교의 삼공자입니다.............하지만 잠마동주는 개인을 칭하는 호칭은 아닙니다. 잠마동을 만들고 우리를 암중에서 조정하고 있는 세력이라고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시 말해 배화교 자체가 잠마동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웅성...........웅성..........웅성.”




궁아라가 잠마동주의 정체를 밝히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궁아라의 말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무림맹의 군사는 누구고, 배화교의 삼공자는 누구라는 말인가. 또한 잠마동주가 개인이 아닌 배화교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설명이 부족한 모양인데...........자세히 설명해 드리죠. 잠마동을 만든 세력은 신강에 있는 배화교입니다. 그리고 배화교 교주에게 자식들이 있는데 이들을 일공자, 이공자, 삼공자라고 부르다고 하더군요. 지금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놈은 교주의 세 번째 아들인 삼공자이며.........삼공자는 신분을 위장하고 무림맹의 군사로 있는 겁니다.”


“그럼........무림맹이 배화교에 넘어간다는 말입니까?”


“그런 셈이죠. 배화교는 그동안 우리들이 죽인 사람들의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무림맹을 접수했어요.”




궁아라는 천상루에서 보내온 정보를 토대로 삼공자의 실체와 삼공자가 어떻게 무림맹을 접수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마령단의 비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궁아라의 설명을 듣자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얀 게 질려 버린다. 자신들이 먹고 있는 마령단에 그런 비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개자식들.........잠마동주........아니 배화교 놈이 우릴 속이고 있었다는 거잖아.”


“너 개자식 자식.......너희들은 알고 있지. 마령단의 해약을 내놔~. 어서 내 놔 자식아~”




성질 급한 도치가 옆에 있던 마수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마수와 장기가 배화교와 한패이니 그들은 마령단의 해약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이거 놓고 말해요. 나도 마령단에 그런 비밀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건 마수 말이 맞아요. 우리도 마령단에 그런 비밀이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어요. 우리에게 해약이 있었으면 벌써 먹었겠죠.”


“그게 말이 돼. 너희들은 배화교도 아니야.”


“다들 진정하세요. 그들에게도 변명한 기회를 줘야죠.”




아군이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장기와 마수도 십이사의 일원이다. 그들에게도 변명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 도치는 아군의 말에 마수를 풀어 주었다. 장기는 사람들이 자신과 마수를 보고 있자 씁쓸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배화교도인건 맞아요. 하지만 우리도 잠마동에 들어간 이후 상부와의 연락은 끊어진 상태입니다. 지금은 여러분과 똑같은 처지라는 말이죠. 이왕 말이 나왔으니 모두 이야기하죠. 배화교도 중에서도 잠마동에 들어간 사람이 천명이 넘었어요. 나처럼 스스로 원해서 들어간 사람도 있지만 마수처럼 억지로 떠밀려 들어간 사람들도 있었죠. 그러나 당신들도 보았겠지만 잠마동에서 우리들도 당신들처럼 똑같은 조건에서 훈련받았고 똑같은 대우를 받았어요. 우리가 배화교도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해택을 받은 것이 없다는 거죠.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천명이 넘는 인원 중에서 우리 두 명만 살아남았어요. 우리가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면 두 명만 살아남았을까요? 또한 나나 마수도 당신들처럼 마령단에 중독된 상태입니다. 우리라고 마령단에 중독되지 않은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장기님의 말이 맞아요. 장기님도 우리랑 똑같이 마령단에 중독된 상태입니다.”




수혜가 입을 열었다. 은은하게 울리는 수혜의 목소리에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수혜는 장기가 마령단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마수도 마찬가지야. 같이 생활한 내가 보증하지.”




금막비도 마수가 마령단에 중독된 사실을 증언해 주었다. 금막비와 수혜의 말이 끝나자 장기가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은 우리 보고 마령단의 해약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우리도 마령단의 해약이 어디 있는지는 몰라요........그리고 내가 알기로 마령단의 해약은 존재하지 않아요.”


“웅성.........웅성.........웅성.”




사람들이 다시 웅성거린다. 마령단의 해약이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는 모양이다. 




“조용히 하세요. 한 가지 물어보죠. 장기님은 마령단의 해약이 없다고 어떻게 단정하죠.”




궁아라가 장기를 보며 물어보니 장기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어간다.




“내가 배화교 광명좌사의 아들이고........마수는 배화교 군사의 아들이죠........배화교의 신세들을 아버지로 두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까지 마령단을 먹었어요.........나도 마령단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어요.........도대체 어떤 약일까?........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었어요. 옛날에 내가 잠마동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과 어떤 약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걸 들은 기억이 났어요. 그게 마령단인지는 몰라요. 그 약은 강시를 제련하기 위해 만든 약이라고 했어요. 강시를 만드는 약에 해독제를 만들 필요는 없죠. 죽은 시체에 투입하는 약인데 굳이 해약을 만들 필요가 있겠어요...........나도 처음 잠마동에 있던 놈들이 우리에게 마령단을 먹일 때부터 마령단이 어떤 약일까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벽곡단쯤으로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단시간에 인간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리는 약이더군요. 나중에 그 약을 마령단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죠............내 생각에 마령단은 강시를 제련할 때 쓰인 약에다가 약간 다른 약제를 혼합한 약일 겁니다. 독이 한번에 펴지지 않도록 다른 약을 혼합한 거죠............마수........혹시 너는 마령단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킥킥킥~ 형님도 아시잖아요. 전 아버지가 버린 놈입니다. 아버지는 잠마동에 들어가기 싫다는 저를 억지로 잠마동에 집어넣었죠. 그런 저에게 그런 비밀을 알려줬겠어요.”


“방금 하신 말씀............확실 한 겁니까?”




궁아라가 장기를 보면 다시 한번 확인한다. 장기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약일 거 같다는 말이지 확실하진 않아요. 모르죠. 혹시 마령단의 해약이 있는지.........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마령단의 해약은 없다는 결론입니다. 당신들도 느끼고 있겠지만 마령단의 독기가 발동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점점 몸속에 독기가 추적된다는 거죠. 몸속에 추적된 독을 한번에 해독하는 약이라........글쎄요. 과여 있을까요.”


“그럼 배화교도 마령단의 해약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잖아. 기가 막히는 군.........우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잠마동주의 꼭두각시로 사람백정 짓이나 하다가 나중에 인성이 말살된 마인이 되거나 강시가 되는 건가?”




악무룡이 똥 씹은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잠마동주가 한 삼년의 약속은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컷 이용해 먹다가 나중에 자신들이 죽으면 강시로 제련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님은 말도 해약이 있을 가망성이 희박하다는 말이지, 아주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기서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계속 잠마동주의 꼭두각시로 살다가 그들의 뜻대로 나중에 강시가 되는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빠드득~ 이대로 죽기는 억울하지. 죽을 때 죽더라도 나를 이렇게 만들 잠마동주인지 배화교인지를 갈아 마시고 죽어야지. 다들 안 그래.”




도치가 이를 갈며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도치의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래........이대로 죽을 순 없어. 잠마동주을 잡아 마령단의 해약을 찾아봐야지.”


“개새끼들........우릴 속여........뭐~ 삼년 후에는 풀어주겠다고.........잠마동주고 지랄이고........배화교를 쓸어버리자.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죽겠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들 조용하시고 내 말을 들어보세요.”




아군이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아군은 오늘 회의를 소집한 사람이며 십이사의 우두머리인 일사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아군을 주목했다.




“자~ 우리 앞에 놓인 현실에 대해서 다들 아셨을 겁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는 목적을 가지고 잠마동에 들어간 사람들도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억지로 끌려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거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우리는 지옥 같은 잠마동에서 생사를 같이한 동료들이라는 겁니다. 앞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 번째는 지금처럼 잠마동주의 말을 믿고 그들의 뜻대로 살아가는 길이 있고, 두 번째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잠마동주로부터 도망치는 길이 있습니다. 물론 마령단에 중독된 상태이니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처절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겠죠. 마지막은 잠마동주에게 복수를 하고 해약을 찾는 길입니다. 선택은 여러분 각자가 하셔야 합니다. 참고적으로 나와 여기 있는 궁아라 누님은 잠마동주에게 복수를 하고 해약을 찾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할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말하면 입만 아프다. 난 무조건 세 번째를 선택한다.”




도치가 가장 먼저 나섰다. 




“킥킥킥~ 죽을 때 죽더라도 배화교 놈들을 상대로 화려한 불꽃놀이라도 해보고 죽어야지.......나도 무조건 일사와 함께 하겠다.”




악무룡도 망설이지 않고 도치의 뒤를 따른다.




“나도 이대로 죽기는 억울해...........나도 일사와 함께 하겠다. 일일이 대답할 필요도 없다. 세 번째 말고 다른 길 선택하겠다는 사람만 말해라. 장기, 마수 당신들은 어떻게 할 거지.”




장기는 이막수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마수는 부채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더니 피식 웃는다. 마수의 머릿속에 자신의 과거가 영상처럼 펼쳐진다. 




“나는 말입니다..........배화교도 싫고........아버지도 싫어요. 더욱이 나를 미워하고 무시하는..........휴~ 말하다보니 열이 받네........나를 미워하는 것으로 모자라 나를 지옥 같은 잠마동에나 보내라고 아버지를 부추긴 형들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합니다.........배화교....... 킥킥킥~.........지랄하지 말라고 하세요. 나와 함께 잠마동에 들어갔던 동료들이 다른 사람들이 먹이(?)가 될 때, 죽음의 함정에 빠져 살려달라고 아우성 칠 때 그들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죠.........같은 배화교의 제자들이고 자신들의 자식이자 동료였던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냐는 말입니다. 거기에.......같은 배화교도인 우리에게도 약으로 협박하여 자신들의 꼭두각시로 만들었어요..........배화교는 나를 버렸어요. 가족들도 나를 버렸습니다. 내가 그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버린 겁니다. 나도 버릴 겁니다. 배화교.........역겨워요.........일사와 함께하겠습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나를 버린 그들에게 복수하고 죽겠습니다. 이게 제 답변입니다. 저에게는 배화교보다, 가족보다 여기 있는 동료들이 소중합니다..”




마수........그는 배화교 군사인 마제갈의 세 번째 아들이다. 하지만 그는 본처의 자식이 아니라 첩의 자식으로 어머니는 본처의 시중을 들던 하녀였다. 아버지인 마제갈이 본처를 모시던 나이어린 하녀에게 반해 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어머니 마수를 낮고 본처와 본처의 자식들인 형들이게 시달리다 못해 마음의 병이 들었고 마수의 나이 10살 때 마수를 남겨두고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 후 마수는 마제갈 가문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여 본처와 형들이게 괴롭힘을 당하며 성장했고, 끝내는 본처와 형들의 음모에 의해 잠마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에게 배화교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없다. 배화교에 속한 가족들에 대한 정도 없다. 그에게 배화교나 가족들은 원망의 대상일 뿐이다.




“좋아요. 마수님은 우리와 뜻을 함께 하겠다는 거죠. 장기님은 어떻게 하실 거죠.”




아군의 물음에 장기가 고개를 들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강요할 생각은 없고 당신을 붙잡지도 않겠습니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해도 좋고.......배화교로 돌아간다고 해도 붙잡지 않겠습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자~ 그림 장기님을 제외하고 다른 분들은 저와 뜻을 같이 한다는 말씀이죠.”


“잠깐만........조금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우리에게 말한 정보들은 모두 어디서 얻은 거죠.”




곽지향은 아군과 궁아라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다. 궁아라가 자신에 대한 것은 초벽하에게 들었다고 했는데.........초벽하라면 천마마련의 소공녀로 지금은 천마마련을 떠난 세외고인에게 무공을 수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초벽하를 아군이 어디서 만났다는 말인가.




<<계속>>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881건 1 페이지    AD: 비아그라 최음제 쇼핑몰   | 섹파 만나러 가기   |
게시물 검색